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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시] 삶과 죽음에 관하여(심보통 1979~)

#삶과 죽음에 관하여(심보통 1979~)
삶과 죽음은 다른가, 같은가.
다르고도 같다.
삶은 숨쉰다는 것이고,
죽음은 숨을 더이상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가, 다른가.
같고도 다르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은 삶이 있고,
죽지 못해 사는 삶도 있다.
산 자의 남은 정까지 오롯이 앗아간 죽음이 있고,
산 자에게 슬퍼할 겨를조차 주지 않은 황망한 죽음이 있다.
살아서 기쁘고, 죽어서 슬퍼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숨을 쉬어 복인 것이고, 숨이 멈추어 복인 것이다.
만약 어느날, 나의 어머니가 혹은 나의 아버지가
기미도 주지 않고 저 세상으로 훌훌 떠나버린다면,
너무 비통해 하지도, 큰 상념에 빠지지도 말라.
그저 삶과 죽음이란 숨의 경계를 넘어간 것일 뿐인고로.
내 마음 속에 그 분이 애틋하게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산 자의 행복은 넉넉하지 않아도 너끈히 좋은 것.
/심보통 2014.9.15 대구 문상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