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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나는 용을 보았다

#나는 용을 보았다
1.
나는 오늘 용(龍)을 보았다. 옛 사람들은 용의 형상을 필시 잘못 그렸으리라. 그 잘못 형상화된 용의 모습이 지금까지 대물림되어 전해졌으리라. 널리 알려졌다시피 용은 봉황, 해태, 불사조 등과 함께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상상의'보다 '동물' 쪽에서 더 비중있게 다뤄져 왔다. 장정 허벅지 두 개를 합쳐 놓은 굵기에 박달나무 색깔의 몸통, 그리고 비늘과 수염, 여의주가 용을 상징하는 단골 메뉴였다. 
그게 틀렸다면 어쩔 텐가. (우리집 뒷산에 자리한) 400년된 '문인송'을 아래서 올려다 보니 직감적으로 '이거 용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1


2
<사진1> 위용과 신령스러운 모습을 그저 '소나무'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우스워보였다. 소나무는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소나무고, 이건 '소나무'라 불리우는 용이 틀림없으리라. 
보라! 이 영험한 모습을.
보라! 이 기괴한 모습을.
몸뚱어리 굵기가 영락없는 용이요, 뒤틀린 모습이 영락없는 용이다.
몸뚱어리 곳곳에서 뻗어나간 수염 같은 가지는 많기도 많다.
피부색은 또 어떤가. 껍질은 또 어떻고.  
 
3
이걸 소나무로 볼 것인가. 용으로 볼 것인가. 소나무라 하기에는 그 이름이 무색하고, 용이라고 하기에는 대중의 이해와 인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 거듭 말하지만 문인송 아래에서 한참을 올려다 보면 영락없이 용이다 싶다.  


@사진2

4
가까이 가 두 눈을 감고 몸뚱어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면 거친 느낌보다는 시원하면서도 보드라운 느낌<사진2>을 준다. 
 

여의주는 어디 있냐고? 그거? (소나무라 불리는) 용의 (가지라 불리는) 수염 너머 보이는 저 산 중턱에 저게<사진3> 바로 여의주렷다.  
 

@사진3

6
나는 오늘 용을 보았다. 나는 오늘 아버지를 보았다.


/심보통 201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