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군 자살 사건’이 남긴 것들 이야기
자, 이제 이 ‘심각한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할 때입니다. 이 사건이 우리사회에 남긴 건 과연 무엇일까요. 지금 바로 생각해 봐도 좋고, 이 칼럼을 다 읽고 생각해 봐도 좋아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각자 생각해 본 뒤, 부모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모든 사안에는 일장一長과 일단一短이 있어요.
우선 단점부터 보면, ‘권군 자살 사건’을 계기로 조용히 해결될 수도 있었던 전국의 학교 폭력·왕따 사건까지도 한꺼번에 드러났어요. 경종警鐘을 울리기 위함이라지만, 이번 기회에 근절되지 않으면 모방범죄로 ‘제 2의 권군’이 탄생할 수 있음도 늘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장점은 쉬쉬하던 학교 폭력·왕따 사건이 ‘권군 자살 사건’으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고, 그 심각성도 대두된 만큼 ‘제 2의 권군’이 나오지 않도록 정밀한 제도를 마련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겁니다.
권군의 자살은 부모·교사·학급친구 할 것 없이 ‘후회後悔’, 이 두 글자를 선명하게 남겼음도 우리는 가슴깊이 새겨야겠습니다.
권군의 어머니는 “지난달 중순께 팔에 멍이 들어 있어 물어보니 체육시간에 부딪혔다고 해 약을 발라줬다. 지난주엔 팔에 막대기로 맞은 듯한 줄이 두 개 나 있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단소로 장난치다 맞았다고 했다. 의심스러워 누가 때렸느냐고 하니 ‘남자 애들은 다 그렇게 논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극구 부인해 더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정말 후회스럽다”고 했습니다.
권군의 담임선생님은 “그때 왜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했나 뒤늦은 후회가 떠나지 않습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너무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했습니다.
권군이 투신하기 전날 통화한 단짝친구는 “친구가 ‘나 오늘 정말 많이 맞았다. 너무 괴롭다’고 울먹였다”며 “그때 신고만 했어도 네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권군이 다니던 학교는 이번 사건으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학교 2학년생 331명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트라우마) 검사를 한 결과, 15명이 ‘추가로 전문가와 심층면담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전교생(987명) 가운데 모두 116명(1학년 21명, 2학년 41명, 3학년 54명)이 심리적 불안상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군은 애절한 유서 넉 장을 통해 ‘학교 폭력 근절’이란 화두話頭를 우리사회에 던져주고 저
세상으로 떠나갔습니다.
야단법석을 떨어가며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예방책을 내놓아도 그것을 적절하고 유효하게 활용해야 하는 것은 부모, 교사, 학생입니다. 권군은 떠나갔고, 이제 그 해법은 남은 우리의 몫이 됐지만, 실질적 해법의 주체는 마땅히 이들 3위三位인 까닭입니다. ‘우리 모두’라고 빡빡 우긴다면, 그건 권군을 또 한 번 죽이는 것입니다.
권군이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사람이 죽은 다음에야 약을 구한다’는 뜻)은 권군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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