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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왕따멈춰!

[왕따&폭력 멈춰!] 6. 학교 폭력 왜?

#. 학교 폭력 왜? 그리고 예방 이야기
 그렇다면 학교 폭력은 왜 발생할까요.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전문가들은 우리 유소년들이 인성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이 답변으로는 형제 이상으로 잘 해주고, 친하게 지내고, 권군의 가해학생들처럼 평소에는 조용한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죠.
 ‘다양한 이유가 한 데 뭉쳐졌기 때문’으로 봐야하는 게 그나마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학교 폭력이 날뛰도록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지요.

 ☞ 부모의 역할
 애당초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아이의 인성교육은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여러분 나이일 때만 해도 ‘밥상머리 교육’이 교육의 기본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다리를 떤다든지, 왼손으로 밥을 먹는다든지, 반찬을 가려서 먹는다든지 할 때, 집안의 어른들은 따끔하게 혼을 내 잘못된 것을 바로잡도록 했지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여러분들의 언어와 행동의 잘잘못도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바로잡아 주셨지요. 주로 집에서 살림을 돌보며 가족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역할은 더욱 컸지요.
 그런데 오늘날 가정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어요. 
 

자료=통계청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맞벌이 가구 및 경력단절여성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맞벌이 가구는 507만 가구로 전국 결혼 가구(1,162만 가구)의 43.6%를 차지합니다. 외벌이(491만 가구·42.3%)보다 맞벌이 가구가 16만 가구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지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부가 40~50대인 가구에서 특히 맞벌이 비중이 컸어요. 아이들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많이 들기 시작하는 연령대죠. 
 자녀가 대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40대 가구의 경우 절반 이상(52.1%)이 맞벌이었습니다. 반면 육아에 신경을 써야 하는 30대 가구의 맞벌이 비중(41.1%)은 40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지요. 
 또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맞벌이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부부 둘이 사는 가정은 맞벌이가 38.8%에 불과한 데 비해 자녀가 둘인 4인 가구는 맞벌이가 47%에 달했어요. 
 결국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다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아빠는 물론 엄마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분들은 부모님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화 상대와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게 된 거죠. 
 학교 폭력 사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부모님들은 이제 없는 시간도 쪼개고 쪼개 여러분들에게 올바른 인성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선생의 역할 
 대구의 한 선생님은 권군 사건과 관련해 이렇게 고백했어요. 
 “학교·교원평가에서 학력 향상을 주로 보기 때문에 교장에게 ‘인성교육은 안 해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다.”
 서글픈 현실이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학교의 아버지와 어머니’죠. 모든 학생을 자기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고, 잘되도록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여러분 선생님들은 행정적으로 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다고 푸념해요. 학생들 돌보기가 벅차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죠.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여러분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한다면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아요.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체벌이 금지된 이상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일 거예요. 하지만 이 또한 여러분들 중 누군가가 목숨을 내던진다면 그건 선생님으로서 할 소리는 못되는 거예요. 
 올바른 선생님은 조용한 아이, 떠드는 아이로 편을 가르고, 공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로 나눠서 대우하면 안 돼요. 태어날 때부터 똑똑한 사람은 극히 일부이고, 똑똑한 사람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착한 사람으로 가르치는 걸 선생님은 우선 가치로 삼아야 해요. 그래서 선생님은 우는 아이를 웃게 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를 구해내야 하죠.
 “선생도 사람이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매우 곤란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어야 하거든요. 그게 선생님이거든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하루 빨리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편이 ‘우리 꿈나무’인 여러분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일 겁니다.
 대한민국 선생님들은 더 큰 고통과 슬픔 그리고 원망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두 눈 크게 뜨고, 학생의 슬픔과 고충을 헤아려야겠어요.  

 ☞ 학생의 역할 
 실은 부모와 선생의 역할보다 여러분 스스로의 역할이 더 중요해요. 소통疏通도, 불통不通도 모두 여러분들 간에 오고가는 것이니까요. 친구가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건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부모님과 선생님께 알려 근원적인 처방책을 받도록 해야겠어요. 
 그런데 이 같은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행동이 쉽지 않은 거지요. 혹 ‘괜히 나섰다가 내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하는 우려,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 등으로 선뜻 나서기가 어렵죠. 
 한 조사가 여러분의 마음을 잘 반영해 주는 듯해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57%가 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62%는 폭력을 보고도 모른 체합니다(2010년 3,560명 조사). ▶같은 피해를 당할까 봐(27%) ▶관심이 없어서(25%) ▶어떻게 할지 몰라서(24%)가 모른 척 하는 이유입니다. 또 가해학생들의 63%는 괴롭히는 이유로 ‘장난․이유 없음’을 꼽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여러분의 자화상이자, 우리사회 자화상을 꼬집고 가야겠어요.
 영국의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레가툼 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레가툼 번영지수(Legatum Prosperity Index․어떤 나라가 얼마만큼 살기 좋은가를 수치화한 것)’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10개국 가운데 24위를 차지했죠. 전년보다 순위가 세 계단 높아졌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어요. 
 교육 부문은 6위, 경제는 22위, 보건은 21위를 각각 기록했어요. 
 그런데 국가의 통합성을 주로 측정하는 ‘사회적 자산’ 항목에선 전체 국가의 중간 수준인 52위에 그쳤죠. 이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주로 ‘사회적 신뢰성’ 문제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국민은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느냐”는 설문에 26%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죠.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18%가 “없다”고 답했어요.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에서는 3분의 2의 응답자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죠. 한국은 이 부문에선 70, 80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죠. 서글픈 현실이죠.
 레가툼 연구소의 종합 발표 내용을 보면 더욱 슬퍼져요. “한국은 교육 수준은 높은데 국민 간의 신뢰는 바닥권인 독특한 국가”라고 분석했죠. 
 물론 이 지수가 얼마나 객관적인지는 판단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최근 한국의 상황을 보면 수치를 무조건 부정하기만도 어렵죠. 
 참고로 ‘레가툼 번영지수’는 2007년부터 발표해 왔고, 지난해 1위는 ‘단골 최우등생’ 노르웨이가 차지했어요.  
 다른 지표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우리 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학업 성취도가 1~4위로 최상위권인 것으로 조사됐어요. 반면 국제교육협의회IEA의 세계 중2 학생 조사(2009년)에서는 남과 어울려 사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36개 국가 중 최하위였죠. 
 결국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사회성은 바닥인 셈이죠.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은...
‘애정남’이 정해준 학교 폭력․왕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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