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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짝, 이런 남자면 일단 OK!

대구경북 미혼남녀의 성원에 입힘어 글 하나를 더 싣습니다.(이 글은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전, 6만 회원둔 대구 대표 카페 텐인텐(http://cafe.daum.net/dg10in10)에 필자가 2030 미혼남녀 게시판에 포스팅해 준 글이다.) 이번엔 지극히 현실적인 경제력과 관련된 이야기에요. 근데 좀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마음 편하게 읽어 보세요. 일리 있는 이야기로, 살아가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될 겁니다. 

일등 배우자감을 찾는다고?
신문 읽는 남자면 일단 OK!


# 사례1
내가 작년 12월 신문사를 그만두고, 주변에 친구, 동생이 우르르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친구, 경찰하던 친구 등 남들이 보면 '저것들 미친 거 아닌가!'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친구들이 '따라쟁이 놀이'하듯 용감무쌍하게 사표를 던집니다. 후속대책도 없이 말이죠. 

아직 다들 변변한 직장 못구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뭐, 개중엔 노는 게 행복하다는 친구도 있고, 공부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네들 삶이니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형편은 안되지만,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친구는 경찰하던 친구였습니다.

도둑을 잘 잡았습니다. 요행수도 있었고, 열심히도 했고, 그러다 보니 도둑이 저절로 손아귀에 들어와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는 한 살 어리지만, 속이 깊은 친구입니다. 늘 대견스러웠는데, 내가 회사를 관두고 얼마 안 돼, 자기도 사표를 냈다며 지리산 종주나 한 번 다녀오자고 하더군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다지러! 

그렇게 해 둘이 1박2일간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왔습니다. 36km를 주파한 겁니다. 야간산행까지 해가며. 지리산의 촘촘한 별, 그 별들은 우리가 가는 길을 흐릿하게나마 비쳐줬습니다. 그 1박2일간 많은 대화를 했다... 라면 거짓말입니다. 종주하면 힘들어서 아무 얘기도 못합니다. 출발할 때 조금, 하산해 저녁 먹으면서 조금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그 친구는 법원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하더군요. 띵했습니다. 강력계 형사 생활 3년을 포함해 근 7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나는 판단했습니다. 그와 경찰은 사실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살해현장에서 피해자로 구덩이 같은 델, 막내라는 이유로 누워야하는 그 말도 안되는 현실에서 매번 그는 흔들렸습니다. 

기어이 강력계를 박차고 나옵니다. 나는 극구 말렸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나 그를 짓누르는 형사의 열악한 현실과 비정상적 생활이 그를 일탈토록 만들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경찰 인생의 가장 큰 자충수를 뒀다고. 네 경찰 삶은 초라할 것이라고. 앞으로는 그런 경솔한 결정은 하지 말라고. 

2년을 전경을 관리하면서 좀은 편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구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그 생활도 싫어했습니다. 툭하면 멱살잡히고, 봉 뺏기고, 턱도 아닌 인간군상에 쌍욕 얻어먹고.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회의가 들었던 겁니다.

그렇게 경찰 옷을 벗었습니다. 그는 남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고, 누군가의 뒤를 조사하는 일이 그리도 싫었답니다. 그 마음, 기자를 해 본 나로선 십 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가 튀어나온 건 잘한 거라 여겼습니다. 하나 그의 그 후 행보에 실망했습니다. 세상을 또래에 비해 더 넓고 깊게 보았을 터인데도, 고작 법원직 공무원이라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쓴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토를 달만큼의 깜도 안 된다고 여겼기에요. 

# 사례2
남들 다 부러워하는 LG에 다니는 친구도 사표를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석달쯤 됐을 겁니다. 전직 경찰인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00 형도 사표낸다는 데요."
"지랄, 사표가 무슨 공수표가. 막던지게."
대기업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얘기는 들었다. 대안은?"
"고향으로 가 중소기업이라도...."
"지랄! 남아라. 사표는 대책없이 던지는 거 아니야."
"고민 중인데 그만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왜?"
"지쳤다."
"지쳤다고 다 관두면, 다른 놈들은 죽지 못해 다녀?"
"어."
"하긴. 그렇다만... 그래도 넌 안돼. 고점에서 곤두박질 치는데, 살 수 있을 것 같냐?"
"이제 몸과 마음이 좀 편하고 싶다."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런가..."
"너나 00이나 나나 공통점이 뭔 줄 아냐?"
"뭔데?"
"직장 귀한 줄 모른다는 거다. 우린 셋 다 한번에 취업했잖아."
"맞네."
"나와 봐. 춥다. 중소기업 들어가겠지. 근데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그간 씀씀이는 어떻게 바꿀 건데. 7년이다."
"돈은 좀 있어."
"미친 놈아 우리가 살아온 날은 30년이고, 살아갈 날은 앞으로 60년이야. 대기업이 무슨 차떼기 정당이냐. 수백억쯤 모아놨냐."
"고민 좀 더 해 볼게."
"고민 하나마나 있어! 더 오를 곳도 없는 마당에 왜 네 삶을 송두리째 내팽개치려고 하냐."

어제 다시 통화했다. 연락이 뜸하기에 부러 문자를 넣었다. 크리스마스쯤이면 어김없이 연락을 주던 친구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 
'잘 사나?'
'어. 너는 새 직장은 어때.'
'무슨 새 직장. 난 프린데...'

그러자 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명함 보고 새 직장 얻었는 줄 알았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 직장에 들어가냐."
"하긴, 조직에 속한다는 건 부품이 되는 거지. 네가 부럽다."
"그래도 돈은 네가 더 많이 벌잖아."
"돈? 싫어."
"왜 싫어. 생각 안나? 우리 셋 모이면 돈 잘 번다고 자랑하면서 지랄떨던 게 넌데."
"그랬냐?"
"어. 그랬어. 근데 하도 꼴같잖게 굴어서 그냥 내버려 둔 거야. 친구만 아니었으면 넌 바로 죽통 날아갔다."
"으흐흐. 미안."
"됐고. 입장 정리는?"
"남기로 했다. 상사가 안 놔주네. 두 번 냈는데, 두 번 다 반려야."
"한번 더 내면, 잘 가라 그럴 거다."
"세 가지 변화를 약속 받았어. 몸이 안 좋아 일찍 마치고 병원 통근치료하는 거, (경북) 구미로 옮겨가는 거, 좀 수월한 일을 하도록 부서를 옮기는 거."
"휴... 좋지 않다. 이왕 남기로 했다면, 너네 부장 찾아가 이렇게 말해. 통근치료는 어차피 몸이 아프니까 받아야 하는 거고, 구미로 가는 것과 부서이동은 해 볼 때까지 해 보고, 힘들면 다시 얘기하겠다고 해. 그래야 너네 부장 면이 살어. 네 지금 상황은 부서이동, 구미 전근이 아니야. 몸이 골병났고, 심신이 지쳐있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파주 기숙사 내 운동할 곳 좀 있지. 아침 저녁으로 자주 걷고, 주말에는 산을 다녀봐. 젊으니까 한 달이면 금방 원기 회복할 거다." 
"어. 근데 넌?"
"나? 난 책 쓰잖아. 내년 3월에 나와. 그걸로 먹고 살 거거든. 다시 펜을 잡을까도 생각 중이야. 기자 좋잖아. 못 만날 사람 없고. 친정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고민 중. 서울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와 있고. 근데 조직에 들어가면 내 활동 반경이 좁아지니까, 객원기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 부럽다. 할 일이 있다는 게."
"지랄 그건 20대에 고민하는 거고. 최선을 다해 살아라. 몸 잘 챙기고."

내가 대구에서 기자로 있을 때, 경찰과 대기업 다니는 친구는 한 달에 한두 번 꼭 대구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나는 이들에게 주문을 걸었다. 신문을 봐라. 특히 정보에 능해야 하는 경찰과 세상을 읽어야 하는 대기업 직원에게 신문 정독은 필수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웃기만 했다. 신문을 읽기 싫으면 꾸준히 책을 봐라. 주문했다. 그건 더 힘든 일이었다.

귀하들도 직장생활하면서 책과 신문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거다. 공부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 거다. 그러면서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 말씀이 가슴에 팍팍 와 닿을 때가 있었을 거다. 하나 잠을 좀 덜 자면 된다.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 1부 꼭 보시라. 볼펜 들고 정독하시라. 그 습을 들이시라. 

앞으로 세상은 글을 못 쓰는 자, 기획력이 없는 자는 낙오하거나 뒤쳐진다. 글쓰기와 기획력에 능한 사람을 제외한 우리사회 '일꾼'은 그 효용 가치가 절대적으로 평가절하될 것이다. 글쓰기와 기획력은 학벌과는 무관하다. 소위 SKY 나왔다고 신문을 읽고, 독서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 않다는 건 잘 알 것 아닌가.

신문을 보면 세상이 보이고, 세상을 보면 살아가기가 아주 편리하다. 아직 이 세상이, 심지어 대구가 가슴에 품기에 버겁다 느껴지면, 당장 신문읽기를 시작하라. 6개월만 해 보라. 그러고도 세상이 안 읽히면 나에게 그 대금을 청구하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신문만큼 세상 판 읽기를 적확하게 시켜주는 도구는 없다.
  
세상을 읽을 줄 모르는 남자와는 아예 시작도 마라! 책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여자와는 차도 한 잔 하지 마라! 그게 대한민국을 진정 위하는 길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애국愛國하는 길이다! 

위 글은 아래 글 '2030 미혼남녀에게'와 한 쌍이다.

https://masilwa.tistory.com/entry/2030-%EB%AF%B8%ED%98%BC%EB%82%A8%EB%85%80%EC%97%90%EA%B2%8C?category=302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