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김황식
전 월드컵축구대표팀 주장 박지성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전 국무총리 김황식은 당(黨)의 요청을 받았다. 둘의 반응은 극명하다. 박지성은 "복귀 할 수 없다."는 직접화법을 썼다. 김황식은 "(당에서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해 오면) 도의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신중을 기했다.
말은 그 사람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말의 샘은 생각이다. 생각은 의식체제의 틀이다. 의식이 잘못 박히면 말의 샘은 썩는다. 썩은 샘의 말은 타인을 불쾌하게 한다. 심하면 타인의 화를 부른다.
박지성과 김황식의 차이는 또 있다. 박지성은 도덕(道德)을 모른다. 김황식은 도덕을 안다. 도는 위사람과 아랫사람 간 지켜야 할 도리다. 덕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아량이다.
박지성은 홍명보 감독에 대한 도리를 몰랐다. 홍명보 감독을 직접 만나 입장을 표명했어도 늦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가 정리해 주었더라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국가대표님 감독과 전직 국가대표 선수의 마차는 등을 돌린 채 달린다. 국가가 부르는데, 선수는 후배 배려, 개인 스케줄, 개인사를 이유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 홍명보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김황식은 새누리당에 대한 도리를 알았다. 김황식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마음이 없다. "나한테까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요청하는 상황이 오지 않길 원한다."고 했다. 김황식은 '조용히 살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당이 부른다면 숙고해 볼 뜻을 내비쳤다.
물론 말에는 곧잘 뼈가 있기 마련이다.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는 것도 현명하다 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사안일수록 말을 하는 이는 상대와 주변을 잘 헤아려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왠지 박지성의 말에선 '국가를 위해 뛸 만큼 뛰어주었다.'는 오만이 읽힌다. 김황식의 말에선 '내가 아니어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는 겸양이 읽힌다. 같은 양보인데 그 느낌은 천양지차다.
/심보통 201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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