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사진전을 준비하며
오는 6월 13일부터 약 보름간 경북 구미 일원에서 특별한 사진전이 열린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와 등소평 주석의 고향의 중국 광안시 간 자매결연 기념사진전이다. 이 전시회에 30대 스토리텔링전문가인 필자가 긴급투입됐다.
주최측에서 필자를 투입시킨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 줄 것과 더불어, 새로운 방식의 사진전을 특별히 염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진전에는 박정희와 등소평, 구미시와 광안시란 키워드가 도드라진다.
하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문화행사다. 콘텐츠 자체가 쉽지 않다. 박정희란 시대를 초월한 '문제적 인물'이 한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자칫 현 정부에 뜻밖의 폐를 끼칠 수 있음도 조심거리 중 하나이다.
여기다 박정희 정부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는 새마을운동이 이번 사진전의 또다른 테마로 끼어있다. 하지만 여지껏 새마을운동 사진전은 너무 많았고, 잦았던 것으로 인식돼 식상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으면 하나마나한 전시행정이 될 게 불보듯 뻔하다.
그런고로 이 행사에서는 신선하게 보여주기, 정치적 구설에 오르지 않게 하기, 박근혜 정부에 폐 끼치지 않기 등이 유념사항이자 필수사항이 됐다.
그런데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놀랍고도, 안타까웠던 사실 하나는 박정희란 콘텐츠를 갖고 그렇게 숱한 행사가 열렸어도 막상 새롭게 행사를 준비하려는 사람에게는 콘텐츠가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생각만큼 1970년대 자료가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적이 실망스러웠다. 사진수집하는 데 헛심을 써야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도대체 다른 기관과 단체는 어떻게 그 많은 사진을 입수했을까. 궁금해서 일일이 문의해 보았다. 보통 1년 넘게 수집과정을 그쳤고, 필요에 따라서는 거금을 줘가며 판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행사를 치르고 화보집을 발간했다는 것이다. 새삼 해당 단체와 조직의 노고가 존경스러웠다.
우리팀은 그나마 빠른 시일내에 필요한 사진을 확보한 편이다. 이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기획을 하고, 스토리를 붙여야 한다. 밑그림은 그려진다. 기존의 사진전과 반대편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그 중심에는 인물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도 있고, 1970년대를 어기차게 관통해 온 이름 모를 우리네 선배님들이 있다. 이제 백발이 되었거나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그 숱한 민초들의 노고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박정희와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문제적 인간' 박정희의 함몰에서 벗어나 국가통치자의 지도이념 아래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제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던 무명의 영웅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보듬어주어야 한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이 전시회에 뛰어들었다. 구설의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할지라도 정면승부를 한 번쯤은 그리고 이제쯤은 걸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명분이 섰다면 정면돌파도 불사해야 옳다.
/심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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