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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com/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5)

#서울에서 1년 살던 이야기-(5) 서울이 좋은 도시라면

서울이 좋은 도시라면 멋진 사람이 많아서다. 꼽는 순서와는 무관하게 기억해야 할 분들이 적지 않다. 


우선 8년 전 내가 대학 재학 중 중앙일보 인턴기자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김영섭 전 중앙일보 행정국장과의 재회가 그 중 제일 반갑다. 김 국장은 재직시절 걷기캠페인(아름다운 중독-걷기, 워크홀릭)을 주도, 전국에 자전거 타기와 걷기 붐을 조성한 분이다. 여기에 더해 별도의 걷기 전용 웹사이트를 구축하면서 주요포털을 낱낱이 분해하는 학구적 열정으로 공히 웹 전문가 반열에 오른 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지역대생에게 인턴기자 기회를 열어준 분으로, 내게는 은인과도 같은 분이다. 이 분이 없었다면, 내가 기자 자질이 그렇게 떨어진다는 것을 일찍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경험으로 절차탁마해 영남일보 60주년 공채로 입사했다. 늘 고마운 마음이다.


두번째 인연은 현재로선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느 기관장과의 인연인데, 그 분은 내가 서울 와 '보고 싶다'고 하니 덜컥 만나주셨다. 그리고 강남에서 거한 점심을 사주셨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까지 교류가 잦았다. 그 분은 내게 물심양면으로 힘을 실어주시려 했다. 내 액션이 분명하지 못했다. 그 분께 누가 됐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하나 그렇게 끝내선 안 될 인연이고 생각한다. 다소 오해가 있었고, 풀 기회를 엿보고 있다. 조만간 풀게 될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세번째 인연은 두 번째 인연으로 알게 된 분이다. 문체부 출신의 지규섭 교수시다. 인품이 대단히 훌륭한 분이시다. 늘 지 교수님의 처신에서 배우는 게 많다. 서울에서 많이 이끌어주시려고 애쓰셨다. 내가 가야할 길과 끌어주시려는 방향의 갈래길에서 헤매다 매번 시점을 놓쳤다. 그래도 늘 격려해주시고, 조언해 주시는 따뜻한 말씀에 언제나 힘을 얻는다.

네번째 인연은 처가(?) 식구다. 영남일보 서울지사 식구들이다. 송국건 본부장, 정택석 지사장, 윤용섭 선배, 조진범 선배는 떠났어도 실로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특히 윤용섭 선배는 영화시사회를 자주 데려가 주었고, 내가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까 금성출판사에 칼럼을 연재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었다. 


다섯번째 인연은 내 뒤통수를 강타한 어른이인데, 정치평론가로 요즘 활발히 활동하시는 황태순 선배시다. 황 선배는 아주 대단한 입담꾼이다. 티비에 비치는 박학다식한 모습 말고, 오프더레코드를 하면 아주 엄청난 정보와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아쉽다. 정치평론가로 변신한 황태순 선배의 건승을 빈다. 


여섯번째 인연은 금성출판사 유현이 차장이다. 이대 나온 여자의 독설이 퍽 신선하다. 정치적 신념이 너무 확고하고, 나와는 정반대에 있어 멋모르고 한 번 뜨겁게 맞붙고는 그 다음부터는 정치 얘기는 일절 안한다. 어제 공덕역 금성출판사 앞에서 점심을 함께 했는데, 이민 갈 준비를 하고 있단다. 새로 뽑힌 대통령 때문에(ㅎㅎ). 너무 순수해서 탈인 미시인 것 같다. 


일곱번째 인연은 SK증권 서문수 이사다. 내가 기자를 관두고 맺은 인연인데, 내가 서울 온 지 얼마 안 돼 이사로 승진하셔서 강남에 입성하셨다. 이 분 꿈이 팔팔한 청춘 100인을 사회 요소요소에 제 역할 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훗날 퇴직해서 어딜 가서도 신명나게 만날 수 있는 젊은 피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닌가 한다.(ㅎㅎ) 늘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여덟번째 인연은 재일교포 히데미상이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드라마 상당수를 번역한 분인데, 소주에 늘 청량고추를 타서 먹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전공은 나와 같은 스페인어. 한국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통하는 데가 많은 분이다. 하나 한 번 보고 두 번째는 여태 만나보지 못했다. 워낙 바쁜 분이라.


아홉번째 인연은 히데미상을 소개시켜 준 <한중일 밥상문화>의 저자 김경은 경향신문 편집위원이다. 김 선배는 아이디어 뱅크다. 대단히 노력파이기도 하다. 수줍음이 많으신데, 여성 분들 앞에서는 어당팔이다.(ㅎㅎ)


열번째 인연은 불교방송 이현구 정치팀장이다. 대구에 계셨다가 나보다 5개월 뒤 서울 본사로 터를 옮기셨다.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됐다.(ㅠㅠ) 대선기간 수시로 정보를 공유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준 정보가 더 많은 것 같다. 좋은 선배에게는 양질의 정보를 드리는 게 맞다. 후배 말을 차근차근 잘 들어주신다. 


열한번째 인연은 김목희 교수시다. 교과부 출신으로 앞으로 나와 함께 일을 하실 분이다. 일에 관해선 1급 비밀. 


이밖에도 여러 분 있지만, 공개가 부적절한 분도 더러 있다. 아무튼 내가 1년 간 다양한 분들 만나고, 느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워크홀릭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품이 훌륭했다는 것이다. 겸양(謙讓)은 내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