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석 이성조 作(2011)
#'어른'이 없다는 사회
인간 세상은 무수한 점들로 이뤄져 있다. 각 점의 질과 양은 같다. 대한민국은 5천만 개의 점들로 이뤄져 있고, 그 점들의 가치는 같다. 다만 점들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누구는 대통령으로, 누구는 구두닦이로 제 몫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영철 같은 살인마도 점들 중 하나다. 그의 역할이 독특할 뿐이다.
하나의 점이 사라질 때, 그 점이 이 세상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살았나, 못하고 살았나의 해답은 바로 점 자신이 확인해야 한다. 이 세상과 작별하는 마지막 순간, 인간은 비로소 꽉 쥐고 있던 '정답 주먹'을 편다. 그리고 '아, 나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 내 가련한 인생...!'이라고 결론 내리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어른은 있고, 있어야 한다. 바로 제 부모다. 제 부모의 삶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여길 줄 아는 것이야말로 참 어른의 존재를 바로 이해하는 첩경이다.
그 다음 나 스스로가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어른이 되겠다는 것은 내 가정에서 모범이 되고, 사회에서 맡은 바 임무를 떳떳하게 해 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지금 시대보다 더 나은 세상을 자식들에게, 후대에게 물려주겠다는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5천만 점들, 그리고 세계인의 점들의 가치는 같다고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각 점들의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겠다는 것, 어른다운 어른을 찾겠다는 것- 그건 점들의 역할 중시란 미시적 관점이 아니라 인류 사회의 공존, 상생이란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굳이 '어른 영웅'을 탄생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가 영웅을 만들 때, 사회는 필연적으로 영웅의 서열화를 부추기게 된다.
제 아비와 제 어미의 삶만큼 위대하고, 가치 있는 삶도 없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저 신기루 같은 '시대 영웅'의 허상만 좇다 제 주옥같은 인생에 주춧돌 놓을 시간을 빼앗겨 가정과 사회와 인류를 위해 제가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 죽음만큼 허망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세상 온 보람이 없는 것일 게다.
시대의 어른을 찾지 말고, 쫓지도 말라. 죽을 때 '잘 살았다'는 셀프평가에서 A+을 주고 가려면, 제 삶을 인류 차원에서 경영하라. 그것이 꼭 대통령으로서가 아니어도 좋다. 구두닦이여도 좋다. 스스로 떳떳한 어른이 되라. 수처작처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형 인간이 되라.
/심보통 201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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