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운수 좋은 날'
비명횡사한 개구리 한 마리는
선술집 '운수 좋은 날'로 가는 길이었나 보다.
그러다 조심성 없는 누군가의 큰 발에,
혹은 자전거 바퀴에 혹은 수레바퀴에
찍소리 못하고 깔려 죽었나 보다.
오장육부가 찢기는 찍소리만 남기고.
'운수 좋은 날' 목전에서
억수로 운수 없게 죽어갔나 보다.
만약 개구리가 좀 더 빨리 좀 더 열심히
'운수 좋은 날' 앞에 당도했더라면
올 한 해는 거뜬히 울음보에 힘주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
납짝하게 깔린 개구리를
'운수 좋은 날'을 지나다
되돌아 보았다.
아니, 죽은 개구리 한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걸어가다
'운수 좋은 날'을 보고 든 생각이 부쩍 많아져 뒤돌아보았다.
아, 아, '운수 좋은 날' 직전에 압사당한 개구리야
조금만 더 열심히 더 날래게 뛰어보지 그랬니
나는, '운수 좋은 날 앞'에서 고개숙여 애도해아만 했다.
/심보통2014.4.27, 직지사 산책 길에
'마실에서 본 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지훈 문화칼럼] 행복찾기 (0) | 2014.05.13 |
---|---|
[심지훈 문화칼럼] 박근혜의 소명 (0) | 2014.05.02 |
[심지훈 문화칼럼] 어미 지빠귀의 숭고한 사랑이야기 (0) | 2014.04.14 |
[심지훈 문화칼럼] 죽기 전에 할 일 (0) | 2014.03.12 |
[심지훈 문화칼럼] 구설에 오른 <새 봄>, 에로티시즘을 의도했다? (0) | 2014.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