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행복찾기

#행복찾기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인생이라는 화폭에 행복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헌데, 문제는 남들이 그리는 그림은 모두가 아름답게만 보이고 내가 그린 그림은 어쩐지 남들이 그린 그림보다 못하고 서툴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어쩌면 이것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내린 하나의 선물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진정 이런 탓에서일까. 우리 인간은 남들 보다 나아 질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우리 인간을 맞이하는 것 중 하나가 무수히 많은 시험이다. 헌데, 이 시험 뒤에는 항상 경쟁이라는 사족(蛇足)이 붙는다. 이는 우리 부모님 세대도 그랬고, 지금 우리들도 그렇고, 우리의 후배들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이미 경쟁 시대를 맞이한다. 월말 고사를 비롯하여 수학 경시 대회니 과학 경시 대회니 하는 피 마르는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 된 경쟁은 죽을 때까지 따라가는 듯 싶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이 빈 말 처럼만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수많은 시험 경쟁 중에서도 우리들 인생을 처음으로 저울질하게 만드는 것은 대학 입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교육 현실상 단 한 번에 우리 삶이 빛을 발하게 될 인생인지 아니면 빛 바랜 인생이 될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노력의 결과를 보는 것이긴 하지만 이 역시나 경쟁이라는 사족(蛇足)을 떼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 입시는 우리들 인생을 갈라놓는 1차 적인 시험으로 자리 한 지가 오래다. 대학에서 낙오한 자는 처진 어깨를 꼿꼿이 세우질 못한다. 무죄(無罪)의 죄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에 성공한 자라고 해서 어깨를 자랑스럽게 펴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왜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일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 사람들은 일류 병이라는 무시 못할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일류가 아니면 나서지 말라’ 앞선 세대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못박아버린 것이다. 
헌데, 문제는 여태껏 이것을 당연한 냥 고수해 왔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한 지성인으로서 앞선 세대들의 생각은 시대적 착오였다고 강하게 역설하고 싶다. 
지금은 바야흐로 능력 본위의 21세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떤 자리에 있던 어떤 직업을 갖고 있던지 간에 이제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격과 함께 그 사람의 능력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시대적 착오였던 일류 병도 완치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언제부터인가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독립 선언을 시작한 것이다. 나름대로의 인생 설계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제 인생에 있어서 나름대로 1차 적인 시험을 치룬 셈이다. 더 넓은 사회로의 밑거름의 장(長)을 마련 한 것이다. 아직까지 낙오자는 없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대학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대학에 성공했다고 해서 인생이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일류 병적인 시대적 착오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지성인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란 어떤 자리에서든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화폭에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이다. 보이는 일류가 아닌 진정한 자기의 으뜸을 찾아 남들의 그림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그림을 거울 삼아 내 인생의 화폭에 행복이라는 그림을 하나 둘 그려 나가는 것이다.
진정한 자기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위의 글은 대학 1학년 때 과지 SOL 7집에 실렸던 <행복찾기>란 제목의 기명수필이다. 짐을 정리하다 어제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온몸이 이상야릇하게 떨렸다. 스무살 때 나는 무척 조숙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또한 15년이 지난 지금, 내 글은 어느 규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스무살치고는 제법 글을 쓴 것 같았고, 서른다섯살 치고는 발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으~ 분발해야겠다.
/심보통201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