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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시] 매처럼


#매처럼

아버지 남은 생 도배는 없다며
황토집으로 리모델링하였다.

소원 이루셨다 하였더니
삼일만 남은 생으로 버티다 
황망히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살다보면 가루 떨어진다며
황토공이 한지 벽지 권하였지만
아버지는 그럴 필요 없다 하셨다.

시간 따라 환경 따라 엉그름마냥
실금 가고 쩍쩍 벌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멋이라 좋다 하셨다.

벽면 금 간 꼴이 곧장 떨어질 듯 해
황톳물 먹인 붓으로 그었더니(lining)
매 한 마리 탄생하였다.

아버지가 내 붓끝에서
되살아나실 수 있다면
나는 온벽에다 아버지를 그리리라.
/심보통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