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전기보일러 난방비 절약노하우
심야전기보일러 이거 '요물'이다. 일반원리를 터득한다고 해서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집 리모델링을 하고 어머니께서 제일 기대하신 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게 나오는 심야전기보일러 난방비였다. 우리집은 겨울철 많이 나올 땐 50만원이 나왔다. 큰방은 금세 데워져 문제가 없었는데, 두 벽이 외벽인 아버지 방은 좀체 따뜻해지지 않아 문제였다. 집이 오래 되어 방으로 들어오는 배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었다. 막상 방바닥을 뜯어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35년된 집 치고는 건축업자들도 '상태 양호' 판정을 내릴만큼 튼튼하게 잘 지은 집이었다.
아무튼 보일러 배관을 새로 쫙 깔고, 그동안 춥게 지냈던 아버지 방쪽으로는 특별히 배관을 촘촘하게 깐 데다, 두 라인으로 깔았다. 침대 아래 한 라인을 깔고, 아버지 작업 공간에 한 라인을 따로 깔았다. 집 리모델링이 10월말에 완료되었으니 본격적인 테스트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입춘이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그냥마냥 집 수리한 덕을 톡톡히 보나 싶었는데, 요 며칠 기온이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치자, 이게 고치나 마나한 집이 되어버렸다.
에러 표시도 안 뜨는데 방이 얼음장 같이 찼다. 심야전기보일러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 숙지하고, 보일러 시공업자에게 전화를 걸 요량이었다. 병원에 가면 온 천지에 아픈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하듯, 인터넷상에서 '심야전기보일러'를 검색하니 나와 같은 문제로 애로를 겪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야전기보일러를 사용하면서 난방비도 절약하고 따뜻하게 지내는 법에 관해 다양한 경험담이 올려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리 기사를 부르면 출장비가 만만찮게 나온다는 이유로 아예 보일러 및 온수기, 컨트롤러를 직접 설치하는 법도 꼼꼼하게 적어 올린 네티즌도 있다. 그런데 직접 보일러를 수리하는 일은 좀처럼 성가신 일이 아니다. 부품을 구하는 것도 시간이요, 공부를 하는 것도 시간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보일러 설치법을 배워, 부품을 구입하고, 작동시키는 것을 기다리다 가족 중에 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상당수 네티즌의 관심은 역시 난방비 절약법과 컨트롤러 및 보일러 오작동 여부. 절약법은 실로 다양한 듯하다. 우선 보일러를 단열재로 감싸주는 것부터 실내 역시 바람 틈새를 뽁뽁이와 문풍지 등으로 막아주면 된단다. 겨울에철 보일러 온도는 A씨는 80도씨가, B씨는 90도씨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외풍이 센 단독주택이나 사무실에는 온도제어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단열이 잘 된 주택은 시간제어를 권장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코멘트를 종합해 내가 직접 난방비 절약과 따뜻한 겨울나기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서 보니, 몇 가지 변수가 있었다.
1. 우리집의 경우 각 방의 온도차 심하다.
2. 온수밸브를 일괄적으로 같이 열면 한 방만 심하게 뜨거워진다.
3. 거실과 방으로 들어가는 배관이 일부 맞물려 있다.
이 변수들을 역적용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1. 우선 보일러 온도를 80도씨로 맞춘다.(보일러 온도를 10도씨 올릴 때, 난방비는 10만원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2. 아버지 방으로 향하는 두 밸브를 100%로 개방한다. 어머니 방으로 향하는 밸브는 반만 열어둔다.
3. 낮에는 방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방바닥에 이불을 깔아둔다.
사실 난방비를 절약하면서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방법은 3번째가 관건이다. 세부적인 외부환경을 논외로 한다면, 낮 시간대 실내온도를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심야전기가 들어오는 밤 11시(혹은 밤 10시)부터 지정온도까지 단시간에 도달할 수 있다. 만약 낮 시간대 실내온도가 낮아져 보일러 온도가 35도씨나 40도씨까지 떨어지면 심야전기가 가동돼 지정온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그만큼 길어진다. 새벽까지 미지근했다가 아침 무렵 방이 따뜻하고, 금세 방이 식는 건 이 때문이다.
나는 일단 각 방마다 바닥에 방열할 수 있는 이불을 펴놓기로 했다. 그 다음 실내 온기 정도에 따라 시간제어를 조정해 전기료를 아껴볼 심산이다.
그렇대도 문제이긴 하다. 심야보일러 온도를 80도씨까지 가동시키고 각 방마다 온수 전도 밸브를 각기 조절해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맞춘다고 해도 이제 심야전기보일러 단가는 기름보일러버금가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에 90도씨까지 맞춰 놓아도 아버지는 춥다고 하셨는데, 올해는 80도씨로 낮춰도 심야전기 및 일반전기의 단가가 올라 별만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수만도 없어 고육책을 써 본다. 부디 효과가 있기를....
/2014.2.7
'마실에서 본 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지훈 문화칼럼] 심야전기보일러 난빙비 절약노하우② (0) | 2014.02.10 |
---|---|
[심지훈 문화칼럼] 정작 김광석은 좋아할까 (0) | 2014.02.08 |
[심지훈 문화칼럼] 시인 박노해 (0) | 2014.02.06 |
[심지훈 문화칼럼] 철학자 강신주 (0) | 2014.02.04 |
[심지훈 문화칼럼] 박지성과 김황식 (0) | 2014.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