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훈 문화칼럼] 박근혜 바람, 대구 서구엔 안 분다 #. 나는 대구 서구청 출입기자였다. 오늘 10.26 보궐선거날을 맞아 서구청장 당선을 감히(!) 점쳐본다. 이미 내 답은 제목에 나와 있다. #. 10.26 보선을 이야기하기 앞서 돌연 사표를 던진 서중현 전 서구청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서중현 전 청장을 여느 기자보다 유심히 관찰했다고 자신한다. 유심하게 관찰할 필요성이 출입기자인 나에겐 마땅히 있었지만, 그의 성품이 나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 분, 재미있는 분이다. 웬만해선 자기 생각을 얘기하지 않는다. 상대로 하여금 은근히 오기를 발동케 한다. 내가 그의 깊은 생각을 듣기까지는 근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 그는 파란색(한나라당) 일색의 대구에서 무소속 깃대를 꽂고 서구청에 입성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7전8기가 아니라.. 더보기 [시집] 동갑내기 시인의 죽음 가을비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이따금 나는 한 시인을 떠올린다. 샛노란 단풍과 울긋불긋 낙엽이 을씨년스레 길바닥서 이리저리 나뒹구는, 6년전 그런 날 나는 붉은색 표지의 시집을 품에 안고 신문사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은사께 졸라 대구 교보에서 선물(?)받았다. '분홍색 흐느낌.' 시집 제목이다. 저자는 신기섭. 1979년생. 경북 문경서 태어났다. 2002년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2005년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스물 여섯의 나이다. 기특하다. 그런데 이 사람 하늘나라에 있다. 2005년 12월 4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다. 시인은 죽음을 예감했다. '눈이 많이 온다는데 새벽에 출장… 무언지 모를 불길한 기분… 옥상에 쌓이는 눈은 나 아니면 아무도..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전봇대의 진짜, 돼지감자의 가짜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1970년대 미모의 통기타 가수 이연실이 부른 '목로주점' 후렴구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때문인지, 79년생인 내가 들어도 참 좋은 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그때 그 시절, 목로(木壚)를 깐 주점이 눈에 선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흙바람 부는 벽 한켠서 그네 타는 삼십촉 백열등을 떠올리노라면, 샛노란 단풍과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인 가을이 연상됩니다. 꼭 요즘같죠. 하나 목로주점엔 슬픈 시대상이 구구절절 흐릅니다. 그래서 애달프고, 애처로운 마음이 듭니다. 70년대, 너나가 참 못 살았죠. 못 살았으니 잘 못 먹었죠. 시골 사정은 더 열악했습니다. 삼십촉 백열등, 언감생심이었죠. 호롱불도 밝히기 힘든 집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새마.. 더보기 이전 1 ··· 164 165 166 167 168 1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