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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시] 개구리와 '운수 좋은 날'(심보통 1979~)

#개구리와 '운수 좋은 날'


비명횡사한 개구리 한 마리는 
선술집 '운수 좋은 날'로 가는 길이었나 보다.
그러다 조심성 없는 누군가의 큰 발에, 
혹은 자전거 바퀴에 혹은 수레바퀴에
찍소리 못하고 깔려 죽었나 보다.
오장육부가 찢기는 찍소리만 남기고.
'운수 좋은 날' 목전에서
억수로 운수 없게 죽어갔나 보다.
만약 개구리가 좀 더 빨리 좀 더 열심히 
'운수 좋은 날' 앞에 당도했더라면
올 한 해는 거뜬히 울음보에 힘주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 
납짝하게 깔린 개구리를 
'운수 좋은 날'을 지나다
되돌아 보았다.
아니, 죽은 개구리 한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걸어가다
'운수 좋은 날'을 보고 든 생각이 부쩍 많아져 뒤돌아보았다.
아, 아, '운수 좋은 날' 직전에 압사당한 개구리야
조금만 더 열심히 더 날래게 뛰어보지 그랬니
나는, '운수 좋은 날 앞'에서 고개숙여 애도해아만 했다.


/심보통2014.4.27, 직지사 산책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