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식초-궁시렁 타령
노란 바나나가 아주 귀한 음식일 때
나는 어린아이였다.
어느 해 여름이었을 것이다.
둘째 이모가
외할머니 드시라고
노랗고, 맨들맨들한
바나나 한 꾸러미를 사오셨다.
가까이 가자 역겨운 냄새가 났다.
구린내 비슷한 냄새였다.
껍질을 까자 하얀 몸통을 드러냈다.
한입 베어 물자
참 달달하니 맛있었다.
그 후로 나는
바나나
바나나-
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입에만 달고 살았다.
엄마는 내게 바나나를 사주지 않았다.
아주아주 비쌌기 때문이었다.
오늘 여자친구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에는
바나나 이야기가 그득했다.
바나나 식초를 만들었다며 신나하였다.
요즘 자기네 회사 동료들은
바나나 식초 삼매경에 빠져있단다.
바나나를 이용해 식초를 만드는 재미와
그것을 2주간 숙성시켜 다이어트 음료로 마시는 재미,
그 둘을 일러 삼매경이라 하였다.
바나나는 참 만만한 상대가 되었다.
한 꾸러미 움켜쥐어도 4천원이면 족하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먹는다 생각하면
그야말로 '커피값'이다.
껌값 대신 커피값을 이야기 하는 시대에
커피값은 그야말로 '껌값'만큼이나
우스운 상대다.
여자친구는 2주 뒤 나에게도 음료를 제공하겠다고 하였다.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식초
바나나 식초-
바나나 식초를 담그는데 드는 비용은 2인 식사 한끼 값은 족히 된단다.
바나나는 이렇게 귀하신 몸으로 부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심보통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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