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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영장/심보통(2013) ‪#‎수영장(심보통 1979~) 모이세요, 둥글게 둥글게 자, 양손 맞잡고- 오늘따라 강사의 사설(私說)이 길다 양손은 물속에서 부력(浮力)으로 깃털처럼 유영(游泳)하지만 내 마음 속 수심(水深)은 조금씩 차올라간다 애오라지 오른편 여사님의 아귀힘 때문이다. 눈이 크고 손마디가 굵은 오른편 작달만한 여사님은 잡으라는 양손 중 왼쪽을 깍지끼었고 눈이 크고 손마디가 가녀린 왼편 쭉 빠진 아가씨는 잡으라는 양손 중 오른손을 포개어 놓았다. 내 왼손은 쥔 손 내 오른손은 잡힌 손일면식도 없는 이쪽과 저쪽 손 쥔 손도 부담, 잡힌 손은 더 부담이다. 아침부터 내 양손은 생고생 중이고 내 마음은 뽀글뽀글 부글부글 마지막 '안간숨'을 뱉고 있는데 강사의 태연한 사설은 종칠 기미(機微)가 보이지 않는다. /심보통201.. 더보기
[심지훈 희망칼럼11] 솔선해 도울 사람 꼽아보기 # 솔선해 도울 사람 꼽아보기 '친구를 도와주는 어린이가 착한 어린이에요.' '고마움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됩시다.'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끊임없이 들어온 말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이지만 예닐곱살만 되어도 이 말이 맞다, 그르다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당연히 실천하고 산다. 아이들의 얼굴에선 악의나 꼼수를 읽을 수 없다. 그들의 행동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 남 얘기가 아니다. 너와 나도 어린 시절에는 그랬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 당연한 말도 참 지키고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게 숭악한 마음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내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리곤 '나는 그렇지 않은데, 남들이 무서워서...'라는 말을 곧잘 뱉게 된다. 나만.. 더보기
보통小話24 인간은 누구나 자기 합리화에 능하다. 세상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합리화할 때, 헝컬어져 되돌릴 수 없는 미래를 한 번이라도 상상해 본 것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심보통 더보기
보통小話2 이건 뭐랄까. 살아 볼 일이랄까. 글쎄, 내 블로그 글이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했다는 거야. 나는 기사만큼은 팩트에 근거해 전달하려했거든. 간혹 내 기사는 다수 기자의 기사 반대쪽에 있는 경우가 있었어. 법정 도움이 되었다는 기사는, 이를테면 주류 기사의 반대에 있었어. 근데 나는 그게 팩트라고 판단한 거야. 그걸 법원에서 인정해 준 셈이지. 기다려봐. 이 기막힌 스토리는 세상에 공개될 거야. 2년 뒤, 우리 세상은 정작 부끄러워해야 하고 죄를 지은 사람이 교묘하게 살아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똑똑히 알아둬야 할 것은 이건 반격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든 펜이라는 거야. /심보통 더보기
[시] 금낭화(심보통 1979~) #금낭화(심보통 1979~) 금낭화는 봄꽃 중가장 겸손한 꽃이어요 노루귀도, 조팝도개나리도, 앵초도진달래도, 명주도박태기도, 철쭉도고개를 빳빳이 쳐들고뽐내기에 여념 없지만 오로지 금낭화만큼은바르게 자란 계집애마냥겸손하게 고개를 숙이지요 오후, 찬란한 빛이 물가를 가르고봄바람이 귀를 간지럽히면있는 듯 없는 듯 섰던 금낭화가찰랑찰랑 낭을 흔들어 유혹하지요 금낭화가 물빛에 흔들리면첫사랑의 뜬기억이 꿈틀대고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오지요 2013년 4월 21일 찍고, 23일 쓰다/ 비오는 날에 더보기
[시] 튀밥(심보통 1979~) #튀밥 연대기(심보통 1979~) 온종일엄마아빠 번갈아 드신다거무튀튀한 튀밥을 검지엄지중지 집게 만들어한 움큼 쥐고서 홀홀 한 입에 털어 넣으신다오물오물 딱딱 씹어 넘기신다거무튀튀한 튀밥을 그게 그래 맛나요? 너는 모른다아빠엄마 어릴 적엔구정 앞두고 뻥튀기장수가대포 같은 뻥튀기 기계 앞세워 개선장군처럼 출현했니라 동네사람들은 한 손에는 쌀 콩 옥수수 떡가래 들고다른 손에는 새끼줄로 엮은 장작개비 들고 뻥튀기장수 옆으로 긴 줄을 섰니라 어른들만 섰을까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뻥튀기장수 앞으로 모여들었니라주민들 가져온 장작으로불을 때쌀 콩 강냉이 떡가래를 튀겨냈니라 하얀 연기가 통일호마냥솟구쳐 오르면조무래기들은 귓구멍을고사리 손으로 틀어막고‘뻥’ 소리를 기다렸니라 뻥하고 뚜껑이 열리면 튀밥과 강냉이와 뻥튀기.. 더보기
[심지훈 희망칼럼10]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1.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며 현대사 정통을 관통해온 그에게. "어르신, 정치란 무엇입니까?"그는 오른쪽 손을 꿈뜨게 든 뒤, 엄지를 쭉 펴 허공에 글자를 새기며 말했다."이거야, 이거야."그게 무엇입니까?"빌 공(空). 허무. 공허. 아무 것도 없는 것!"의외의 답변에 그는 흠칫했다.위는 정치 9단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빌 공"이라고 답하더라는, 어느 정치평론가의 인용을 풀어쓴 것이다. #2. 티브이 뉴스를 보고 있자면, 화면 아래 흐르는 많아야 16자짜리 단신 뉴스가 개울물 흐르듯 졸졸 흘러간다. 그런데 내용은 구정물이다. 온통 검정튀튀한 뉴스 자막만 곰방 흘러간다. '업무과다 호소한 사회복지사 자살' '태안.. 더보기
[영화] 7번방의 선물 관람법 # 관람법 최신 개봉작 은 시종 관객을 흐느끼게 만든다. 여기저기서 '흑흑'댄다. 연인과 부부가 관람할 계획이라면 남자는 손수건을 필히 챙기는 게 좋다. 그만큼 감정선을 적재적소에 때린(건드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다. 물론 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더군다나 현실성이 대단히 떨어지는 영화다.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감방으로 초등학생 1학년쯤 된 아이가 숨어든다! 이 엉뚱한 발상이 을 낳았다. 나중에는 교도관들까지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공범이 된다. 하여 아이는 집 대신 감방에서 얼마간씩 생활한다. 한 마디로 넌센스인 영화다. 그런데 영화란 무릇 넌세스여도 좋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는 애오라지 관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들이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 추켜세워도 관객이 들지 않으면 그 영화는 좋..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특별한 결혼식 2013년 1월 20일 오후 1시 김천파크호텔 메리골드홀에서 서울대학교 우한용 교수님의 주례로 신랑 심훈 군과 신부 구희정 양의 결혼식이 많은 축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열렸다. #특별한 결혼식 형님 결혼식은 아버지가 총괄기획했다.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특별한 선물이 있었다. 원칙 다섯 하나, 양가 어머니들의 촛불 점화는 하지 않는다. 둘, 웨딩홀 중앙길은 어느 누구도 밟지 못하게 한다. 셋, 신랑이 식중에 양가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지 않도록 한다. 넷, 신랑신부에게 짓궂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일절 삼간다. 다섯, 축가 등 시끄러운 이벤트는 삼간다. 원칙 이유 하나= 촛불 점화는 원래 아버지들의 역할이었다. 그러다 미리 켜놓고 하다, 어느 날부터 어머니들이 나섰다. 그런데 어머니들이 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