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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발톱

[시] 축제(심보통 1979~) #축제(심보통 1979~) 매발톱이 한무더기 산을 이루자 아버지는 서울 사는 형님 내외를 부처님 태어나신 날에 불러내리셨다 우리집 매발톱 축제에 초대한다며 형수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명랑하게 씩씩하게 축제에 참석했다 다실茶室 카세트에선 동요가 총총총 매꽃 위를 걸어다녔다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하는 깡총대는 동요 소리에 한무리의 웃음꽃이 환하게 피어났다 부처님 오신 날 가족은 피고, 매꽃은 웃었다 /불기 2557년 5월 17일 우리집 매꽃 축제 열던 날 찍고, 짓다 더보기
[시] 호박벌(심보통 1979~) #호박벌(심보통 1979~) 5월 따스한 오후 달콤한 매꽃향을 쫓아 호박벌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 좋은 날에도 모피 조끼 걸친 호발벌은 매꽃의 어디를 핥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부리부리한 눈 뚜렷한 머리 가슴 배 그리고 큰 날개를 가진 호박벌은 매꽃의 발톱에 앉았다 이 놈 이거 불시착했군! 꽃술을 파고 들어야지- 곰방 날개짓을 했다 그럼 그렇지, 얘가 모피 입고 더위 먹었나, 싶었는데 또 발톱에 앉았다. 어금니 둘 튀어나온 입으로 쪽쪽 발톱을 핥았다. 곰방 또 날았다. 또 발톱에 앉았다. 매꽃의 쭉 뻗은 발톱은 매꽃의 상징인데 호박벌도 그걸 아는 모양... 2013년 5월 6일, 마당에서 찍고, 짓다 더보기
[시] 매발톱(심보통 1979~) #5월의 축제- 매발톱(심보통 1979~) 매꽃에 살며시 눈길 주면 쉬이 떼기 어렵다 얼마나 고풍스러운지, 멋스러운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예스러운지 매꽃에 한 번 눈길 주고 나면 가슴 속 현이 핑그르 튀어올라 온 육신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사랑을 느낀다 살포시 품고 싶어진다 영롱한 꽃술 뒤로 쭉 뻗은 발톱, 이건 기적의 소산이다 5월, 우리집 마당엔 매발톱의 향연이 시작된다 아직, 꽃물은 끝나지 않았다 /2013년 4월 30일/ 마당에서 찍고, 짓다 더보기
[시] 수족관에 조팝꽃 피다(심보통 1979~) #수족관에 조팝꽃 피다(심보통 1979~) 한 이틀 비바람 봄 심술 장난 아니었다쌀알이 하늘 위에 걸린 것같아 보고만 있어도 배불렀던 조팝나무꽃이비에 꺾이고, 바람에 머리 채 잡혀 무참히, 비참히 털리고 고개를 떨궜다바람 불면 온마당을 감싸던 밤꽃향 같은 꽃내음도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조팝나무의 화려한 시절은 흘러갔다짐의 아쉬움은 인간이나 미물이나 한가지일까수족관 수련睡蓮 위서 또 하나 꽃을 피웠다매발톱이, 둥글레가 환하게 화化하게 웃고 있다 2013년 4월 30일/ 마당에서 찍고, 짓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