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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시] 만행화(심보통 1979~) #만행화(심보통 1979~) 기자 되어 숱한 사람 만나 보고 알았다 기십년 산 부부가 추억 하나 만들겠다고 나란히 설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오랜만에 칠순을 바라보는 부부가 만행화萬行花 앞에 섰다 아들이 카메라 셔트 곰방 누른다 만가지 덕을 쌓아야 꽃 하나가 피어난다는데 직지사 보살 덕 톡톡히 봤다 오랜만에 부부가 나란히 서서 웃는다 엄마아빠가 아들 앞에서 웃는다 '좋다!' /2013년 4월 8일 아버지 운동 길에 더보기
[시] 직지사(심보통 1979~) #직지사(심보통 1979~) 직지사가美美쳤다 사람들이 花花대고 산새들은 乙乙난다 직지사는 樂樂한곳 /2013년 4월 9일 산책 중에 직지사가 곱고도 곱구나사람들이 꽃봐라 꽃봐라고산새들은 제 모습대로 난다직지사는 즐겁고 또 즐거운 곳 더보기
[시] 직지사 가는 길- 4월에는(심보통 1979~) #직지사 가는 길- 4월에는(심보통 1979~) 한식 며칠 앞둘 적에내 고향 김천 직지사 들머리에2층짜리 봄나무집이 들어섰다1층엔 노오란 개나리댁이 신고하고2층엔 하이얀 벚나무댁이 신고했다1층댁은 무슨 수줍음 그리도 많은지직지천 안쪽으로 고개를 떨구고 섰다2층댁은 어찌나 콧대가 드높은지내(川)와 길로 양팔 힘껏 뻗고 섰다한식 며칠 앞둘 적엔직지사 가로등도 한떨기 꽃이 되어 방끗방끗 쌩글쌩글 즐거웁게 길 밝힌다 /2013년 4월 4일 저녁답에 더보기
[시] 직지사 가는 길에(심보통 1979~) #직지사 가는 길에 우편물 부치러 직지사우체국 가는 길흐드러지게 핀 노오란 개나리눈부신 그 거리 앞에브레이크를 밟고 선다눈으로 담고 카메라로 담고가슴으로 그 설렘을 느낀다파리한 떠얼림 그 뭉클함개나리 담장 너머왕대 숲 아래 쫄로리 선하얀집, 파란집, 검은집아, 찬란한 오후 붙잡고 싶은 한 때직지천은 암말 않고고요히 흐른다 쫄쫄쫄 /2013년 4월1일 우편물 부치러 가는 길에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일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일을 도모하는 자세고등학교 때 배우는 고사성어 중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게 있다. 이 성어에는 비극적인 스토리가 함의돼 있다. 뜻풀이를 하면,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①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亡)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한다. 고사는 무릇 유래가 있는 법인데, 이 고사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소개돼 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말엽에 A라는 나라가 C라는 나라를 치려한다. 그런데 A국이 C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B국을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A국의 왕은 B국 왕에게 협조를 구한다. 이때 B국의 책사가 간언하기를 C국과 B국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여서 C국이 무너지면 B국도 성치 못할 것이라고 아뢰었다. 여기서 A국은 진(秦)나라이고 B는 우나라.. 더보기
[시] 우박(심보통 1979~) 사진= blog.joinsmsn.com #우박(심보통 1979~) 대전 다녀오는 밤 김천역 버스정류장에서 직지사행 버스 기다리는데 타닥타닥 타다닥 타다닥 우박이 쏟아졌다 김장때 엄마가 뽀오얀 배추 속살로 우두둑 우두둑 굵은 소름 치듯이 타닥타닥 타다닥 타다닥 온 바닥에 온 지붕에 우박이 낙하한다 내 머리를 톡오톡 때리며 맞을만 한 우박 소금 같은 우박 맛나는 우박 /2012년2월3일 대전 다녀오던 날 밤에 더보기
[시] 아버지의 뒷모습(심보통 1979~) #아버지의 뒷모습(심보통 1979~) 오후나절 볕이 좋아 마실 가고 싶다- 하였더니 아버지가 산보를 가자 했다 어디로요?- 여쭈었더니 아버지 고향마을로라고 했다 직지사 오르는 길을 거슬러 아버지 고향마을로 내려갔다 경부선 철도 아래 터널 하나 둘 셋 그 중 상행선 터널길로 아버지가 먼저 걷고 내가 뒤따라 걸었다 저멀리 터널 밖으로 나갈즈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얼추 이른 세월 아버지는 컴컴한 터널 속에서 방황한 건 아닐까 이제 빛 좀 보셔야지 문득 그 생각이 비껴가 찰칵 셔터 눌렀다 아버지는 광명光明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나는 쪼르르 내달려 아버지와 걸음을 맞추어갔다 /2013년1월30일 아버지 고향마을로 산보 가며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우리동네 지킴이 소나무 #우리동네 지킴이 소나무 우리집 뒤 야산에는 400년된 와송이 한 그루 있습니다. 이 소나무로 오르는 계단은 77개 입니다. 작년에 김천시에서 주변 정리를 하고 계단을 만들었는데, 꼭 행운을 주겠다고 의도해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놓고 보니 77개가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이 소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새끼를 꼬아 소나무 나뭇가지에 묶고 포도궤짝을 덧대 의자를 만들어 신나게 그네를 타고 놀았습니다. 그 시절 이 나무에는 아래 윗집으로 부엉이 가족이 두 가족 살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부지 같은 짓이지만, 야행성인 부엉이가 낮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으면 솔방울을 주워 맞추기 놀이를 한 기억도 새롭습니다. 부엉이 집 구멍 두 개는 여태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내가 박원순 후보라면... 박원순 범 야권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를 찾아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서울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끝내 무상급식 찬반투표 결과는 투표함을 개봉도 못한 채 일단락됐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책임지고 사퇴키로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서울시장 후보가 거론됐다. 그건 세찬 바람과 같았다. 그 바람은 국민이 만들었고, 그 바람 가운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떠다녔다. 평소엔 뜬구름 같던 여론이, 그 때를 만나자 무섭게 집결했다. 아마도 박원순은 그 분위기를 처음 접했을 땐 그저 너털웃음을 지었거나, 황당해하며 침묵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그 때, 그는 백두대간을 종주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여자, 장롱 그리고 벽오동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가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무심한 일편명월이 빈가지에 걸렷세라. 필시 이 시를 지은 이는 일장춘몽으로 끝났겠으나, 오늘날과 비유하자면 로또를 부여잡고 대박을 꿈꾸는 민초의 심리와 동상(同床)의 일몽(一夢)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직지사 경내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직지사 식당가 주차장을 지날 무렵, 시내가 쪽에 선 오동나무를 보고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장과 농을 구별할 수 아냐?” 나는 당연히 모른다고 했다. 되레 ‘장롱은 한단어가 아니냐’고 여쭈었다. 아버지께서 오동나무를 보니 생각난다고 하시면서 장롱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옛날, 아버지께서 유년시절만 하더라도 곳간 사정이 괜찮은 집 마당에는 벽오동을 심었다. 특히 여식이 태어나면 벽오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