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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금낭화(심보통 1979~)


#금낭화(심보통 1979~)


금낭화는 봄꽃 중

가장 겸손한 꽃이어요


노루귀도, 조팝도

개나리도, 앵초도

진달래도, 명주도

박태기도, 철쭉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뽐내기에 여념 없지만


오로지 금낭화만큼은

바르게 자란 계집애마냥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지요


오후, 찬란한 빛이 물가를 가르고

봄바람이 귀를 간지럽히면

있는 듯 없는 듯 섰던 금낭화가

찰랑찰랑 낭을 흔들어 유혹하지요


금낭화가 물빛에 흔들리면

첫사랑의 뜬기억이 꿈틀대고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오지요


2013년 4월 21일 찍고, 23일 쓰다/ 비오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