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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계족산 봄맛 @2017.3.10 *계족산의 봄맛어제 점심 땐 부러 계족산으로 향했다.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봄맛도 보고 봄소리도 듣고 싶었다.계족산은 황톳길로 유명하다. 대전지역 소주회사가 나서 계족산을 황토로 입혔다. 명소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주말이면 산사음악회도 열린다. 황톳길을 걷고 나면, 그 다음은 옛 백제의 산성 터가 열 배의 기쁨을 선사한다. 좁장한 산길을 15분 오르면 산성 터에 다다른다. 대전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간다. 숨구멍이 탁 트인다. 현대인들에게 카타르시스만큼 고마운 선물이 있을까.헌데 나는 얼마 전부터 계족산 초입에 머무르고 만다. 대전역 방향에서 탄약부대를 굽이돌아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계족산 황톳길 방향인데, 나는 직진해 '감나무 보리밥집' 앞..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탄핵 단상 @2012.4.3 공주 #탄핵 단상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선고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뒤, 필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내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결국 인용이 되었네. 오늘은 우리 ‘쮸디(아이 태명)’에게 참 미안하고 부끄러운 날이다.” 아내는 침통하게 답했다. “그래, 그렇네.” 필자가 보기에 여타 이유를 떠나 18대 대통령 박근혜는 ‘헌법 수호 의지가 없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파면됐다. 헌재결정문은 누가 보더라도 명료했다. 뭇 사람들은 대통령 탄핵을 두고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축배를 들었다. 과연 민주주의의 승리일까. 이번 탄핵 인용은 본질적으로 ‘정치의 승리’이다. 이건 마치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자유 시장..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행복등가론 @20160617 #행복등가론나는 '행복등가론'을 갖고 있다. 이것의 요체는 '신이 인간에게 주신 행복의 총량은 같다'는 것이다. 이건 기자로 첫 직장생활을 한 결과이다. 비록 5년 2개월이란 짧은 기자생활이었지만, 10년 같은 5년을 보냈다고 자부할 만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취재했다. 새벽 6시에 나가 새벽 2시에 귀가하는 삶의 원동은 기자의 '사명감'이었다. 어떤 이유로 나는 그 사명감을 헌신짝처럼 버렸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내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준 일종의 스승과도 같았다. 그 중 가장 큰 가르침이 바로 행복등가론이란 것이다. 5년 2개월의 기자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명함첩을 보니 받아 정리해 둔 명함만 3,000명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명함까지 합하면 대략 5,000명은 만나 보지 않..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덕치와 행실 @심지훈 20150227 대구 남구 #덕치와 행실 '사민총론'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극치에 이르면 모든 백성이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며 밭을 갈면서 즐겁게 살아가는데, 어찌 계급과 명예의 차별이 생길 수 있겠는가."오늘날로 치면 대통령의 덕치(德治)를 이야기한 것이겠다.하나 나는 이 덕치를 좀 달리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나라 다스리기가 얼마나 어려우면 그 범례를 만들어놓고 회자되게 했을까 라고 말이다.'사민총론'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성인의 법을 어찌 사대부들만 실천할 수 있겠는가. 농, 공, 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오늘날로 치면 국민의 행실을 이야기한 것이겠다.나는 우리나라 고위 관료가 막말을 하는 것과 고위 관료가 막대한 돈을 비정상적으로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영향>-대한민국 편집국에 바람 #-대한민국 편집국에 바람 1. 활쏘기는 건강에 좋다고 한다. 국궁을 가르치는 김동윤 선생에 따르면 일단 근력운동에 도움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흡에 큰 도움이 된다. 호흡만 잘해도 현대인의 만성스트레스는 멀리 물리칠 수 있다는 견해는 널리 알려졌다. 게다가 활을 저 멀리 표적을 향해 쏜 뒤, 화살을 수거하러 왔다 갔다 하기를 4차례만 하면 2km를 걷는 셈이니 하체운동에도 그만이다. 헌데 사진(김동윤 선생 시범 모습)처럼 묶인 화살을 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운동이 된다. 직접 따라 해 봤더니 이건 순전히 바른자세를 연마하기 위한 것이라 초보자야말로 녹록지 않은 운동이 되겠다 싶다. 선생이 알려준 대로 자세를 곧추고 팽팽한 활사위를 놓았더니 묶인 화실이 '슉'하고 180도 돌아 제자리로 쏜살같..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착각사회 @심지훈2016.6.25 #착각사회*1. 만주모던(문학과지성사, 2016) 2. 북유럽 세계사(소와당, 2016) 3. 난학의 세계사(알마, 2014) 4. 조선왕조의 기원(너머북스 2013) 5. 변경에서 바라 본 근대(산처럼, 2006) 6. 아틀라스 중앙 유라시아(사계절, 2016) 7. 기억의 공간(그린비, 2011) 8. 우리 동학(경상북도, 2015) 9. 변경의 동학-상주동학이야기(한국일보 대구본부, 2015) 10. 세상을 바꾼 43일- 새마을운동발상지 신도마을이야기(2013, 청도군)위에 나열한 책 10권은 변방의 눈으로 인간 세계(조직, 공간, 주제)를 바라본 것들이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세계를 조망한 이런 류의 책들이 '입심'을 발휘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들 중..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유디미행더 #유디미행더 아내에게 '유디미행더'라 전해달라 하셨다. 라오스 말로 '축복을 빈다'는 뜻이라 했다. 대구참여연대를 창설할 적에 주된 역할을 했던 한재흥 목사께서 라오스로 날아간 것은 벌써 5년은 된 듯하다. 기껏 페이스북으로 이따금 올리는 '손주바보 할아버지' 소식만 접하거나 1년에 한두 번 페이스북 메시지로 주고받는 이야기가 전부다. 오늘 아침 새벽녘에 일어났는데도, 어느 결에 아침햇살이 거실로 잦아 들어 를 비추었다. 해서 문득 한 목사가 떠올랐다. 그 순수한 얼굴. 한 목사를 소개해준 건 대구의 또 다른 '야인' 박경욱(한국패션산업연구원 붙박이 노조지부장) 형이다. 형은 2009년 여름께 어느 주말 팔공산 아래 어느 찻집에서 한 목사를 소개시켜 주었다. 안건이 있었다. 에 힘을 보태 달라는 거였다...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개떡 같은 대한민국 @심지훈 2016.6,18 # 우리나라 이름은 차 떼고, 포 떼면 한(韓)이 된다. 대한은 큰 한나라는 의미이고, 민국은 백성의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백성이 주인인 큰 한나라는 뜻이다. 대한은 고종이 1897년 이라 선포했듯 4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키려 했던 마지막 자존심의 발로였다. 나쁘게 보면 최후의 발악이었던 셈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백성인데, 그 백성들 거개가 여적 권귀의 아전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말이 좋아 민주주의지 아직도 구시대의 산물인 신분질서의 틀에 묶여 권귀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신공항 선정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가덕도니, 밀양이니 백성끼리 박터지게 싸우다 권귀들의 놀음에 또 한 번 희롱당했다. 일국의 대통령이란 자는 국..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수향재(守鄕齋) @황계서실, 심지훈2016.6.16 #수향재(守鄕齋) 아버지는 생전에 우리집 첫 인상은 '고고한 소나무'라고 말씀하셨다. 검정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버지 방 앞에 나즈막히 서 있는 소나무가 우리집 상징이라고 하신 것이다. 그 소나무는 어느 해 겨울,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고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두 해 지나 아버지는 묘목원을 운영하는 작은아버지에게 말해 또 한 그루의 소나무를 가져와 식재하셨다. 그 소나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3년이 지나도록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 생전에 소나무 위에 새집을 하나 얹어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봄날이면 부부 새가 날아들어 새끼를 치고, 때가 되면 날아간다. 올해는 둥지가 텅텅 비었지만, 새집이 불안하게 뒤틀려서 그랬던 게 아닌가 하고 얼마 전 단단하게 바로 세..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도로 야만, 다시 미개 @2016.6.12 심지훈 #도로 야만, 다시 미개 옷을 발가벗고, 문명을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해야 할까 보다. 우리 사회 말이다. 이 인류 말이다. 정말이지 사회 제 분야가 '발달' '진보'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나아갈수록 인간성과 인간애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배운 값을 못하고 있다. 이제야 우리는 실체를 조금씩 확인해 가고 있다. 무학력 저학력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가정에서 배운 바가 없기 때문에 그리도 이기적이고, 몰상식하고, 무식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학자는 앞으로 인류가 망하지 않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초고도로 분화된 사회에서는 옛날처럼 이해관계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한마디로 '제 팔 제 흔들기 바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