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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대구과학관 채용 특혜 의혹 사태- 진짜 강한 놈 찾기

‎#대구과학관 채용 특혜 의혹 사태- 진짜 강한 놈 찾기

최근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채용 특혜 의혹이 대구 사회에서 불거졌다. 국립대구과학관은 준공무원의 근무공간이다. '공무원 선호시대' 그에 버금가는 자리에 욕심을 내는 건 구직자 입장에선 당연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채용은 그 공고과정부터 적절치 않았다고 한다. 예컨대 그 '노른자위' 직장의 공채를 하면서 공지는 궁색한 모양으로 했다. 새롭게 오픈한 대구과학관 홈페이지 채용공고 공지란에만 작게 공고했다. 

1차 서류심사와 이후 2차 면접 과정도 상식에서 벗어났다. 채용 과정 자체가 필기시험이나 별도의 자격(외국어나 컴퓨터활용능력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지원자가 누구의 배경(소위 빽)을 가지고 있는지 면접관들이 훤히 알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립대구과학관 채용규칙에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으로 이뤄지는 채용시험의 경우 지원자의 학력, 가족 관계 등을 적시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이나 잠정 능력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전형을 하기로 돼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채용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 24명 중 과반 이상인 15명이 채용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15명은 다름 아닌 대구시 공무원이나 그의 자녀 그리고 유력 지역신문 및 전국지 기자의 가족이다.

이번 공채에는 350여명이 지원했는데, 불합격한 지원자들은 이들의 들러리를 섰다며 공분을 낳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우리사회는 금전 지향사회요, 자리 보전사회를 시나브로 지향하고 있다. 적당한 임금과 안정적인 직장. 그걸 지향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원하는 자리라고 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앉고 보려는 그 행위는 나쁘다. 

우리는 목적 달성을 위해 옳고그름, 좋음나쁨을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그른 것보다는 옳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건 누구라도 잘 안다. 


하지만 옳은 것과 좋은 것 중 어느 것을 따라가야 할 것인가는 잘 모른다. 좋은 게 좋은 것인 줄로만 알지, 좋은 게 옳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경우수는 생각하지 않는다. 옳은 길을 가야 뒤탈이 없고, 무엇보다 자신한테 떳떳한데 그걸 모르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모르긴 해도, 내부고발자(Deep Throat)나 15명에 포함되지 못한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불합격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사후 처리가 문제다. 경찰이 비리 채용 의혹부터 또다른 비위행위는 없었는지 수사 중이다. 우리 언론이 이 사건을 끈질기게 파헤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스럽다. 언론 속성상 '토픽 쉬프트'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구시 고위 관계자가 대표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합격자 몇 명이 자리를 포기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영화 '짝패'에서 나왔던가.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라고. 대구과학관 채용 문제는 이제 '강한 놈이 버팅기는 게 아니라 버팅기는 놈이 강한 거더라'는 현실세계의 추악한 우리 내면을 들여다 보는 문제로 넘어갔다. '허리를 한 번 툭 쳤을 뿐'이란 이유로 매장되다시피 한 그 사내가 버팅기는 사이 많은 이들에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것과 같게. 

대구과학관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래저래 말썽이다. 복마전이 되어버린 대구과학관 직원 채용과정에는 어떤 창조적 행태가 유영한 걸까. 일단 경찰의 수사발표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