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 포도나무 고드름(심보통 1979~) #포도나무 고드름(심보통 1979~) 참새 다리만큼 여리디여린 포도나무 묘목은 겨우내 깡총깡총 잘려 뿌리가 아래로 눈이 위로 가게 해 땅 속으로 들어간다 겨울한철 컴컴한 그곳에서 뿌리를 내고, 싹 틔울 준비를 한다 따뜻한 봄이 오면 비로소 세상으로 나와 제 자리를 찾아 포도밭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봄을 거쳐 푸른 잎을 내고 자그마한 녹색 포도알을 맺는다 여름을 지나는 동안 굵고 붉게 익어간다 자그마한 포도묘목은 이제 의젓한 어른나무가 되어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포도를 내어준다 그렇게 18년의 생을 살아간다 사진 속 골목 한귀퉁에 재어진 포도나무는 그렇게 제 임무를 다한 것들이리라 이제 이 나무들은 어느 집의 아궁이 속에서 작렬하게 전사할 것이다 포도나무 생애는 이렇게 마감된다 지난 2월초 폭설 이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