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고압선 거리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 고압선 거리에는(심보통 1979~) #고압선 거리에는(심보통 1979~) 대구 남구의 고압선 거리에 무시무시한 삼발이 송전탑이 걷히고, 홀쪽한 전봇대들이 둔탁한 검정 전선을 머리통에 휘두르고, 이쪽과 저쪽으로 휘영청 뻗은 건 30년 전의 일이다. 그전엔 삼발이 송전탑이 어둠의 점령군처럼, 거리의 이 집과 저 집에 한 발 혹은 두 발을 아니, 몸뚱아리 전체를 빼째라는 기세로 들여놓았다. 밤이 되면 판잣집이 있던 삼발이 송전탑 거리는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그 밤, 노동을 끝낸 팔뚝 검붉은 남정네들은 나무틀에 낀 희뿌연 창 너머로 파리하게 떨리는 60촉 백열등 막걸리집을, 쉬이 지나치지 못했다. 그곳에서, 찌그러진 금빛주전자에 주인장이 내어준 깍두기 한 그릇 그리고 일그러진 군상들마냥 인상 구긴 금빛 알루미늄잔에 누런 막걸리를, 흘린 땀만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