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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매

[시] 호박줄기(심보통 1979~) #호박줄기(심보통 1979~) 울 외할매 살아 계실 때호박줄기에서 맺힌노오란 호박꽃은 햇볕 쬥쬥한 날에 볼뚝 앙증맞은 애호박을뻗어냈다 외할매는 여린 내 팔뚝만한애호박을 단번에 뚝 꺾어쓱쓱 씻은 뒤 어린 손주에게 잔치국수에 버무려 주셨다 장마져 꿀꿀한 날엔애호박 서너 개를 따다가 총총 쓸어하이얀 밀가루와 물과 소금을 섞어 반죽을 내고는미끌미끌한 식용유를 프라이팬에 휘 둘러쳐도깨비처럼 뚝딱 호박전을 만들어주셨다 초록잡초 무성한 대문 지붕 위에서휘영청이 흘러내린 호박줄기는등줄기를 타고 함함하게 따 내려간 외할매의 머리채를 닮았다. /2013년 7월 18일 호박줄기를 보고 더보기
[시] 외할매와 엄마-어버이날에(심보통 1979~) #외할매와 엄마-어버이날에(심보통 1979~) 외할매는 평생 한을 갖고 사셨다 아들 못 낳은 한恨 엄마는 외할매의 한을 풀었다 형에 이어 내가 태어났다 외할매와 엄마는 형의 자그마한 고추를 보고선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았단다 외할매는 지극정성으로 손주들을 돌봤다 외할매가 울 엄마인 양 아흔둘, 외할매가 앙상한 뼈만 남기고 한 많은 삶을 마감하셨다 엄마는 외할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시작했다 외할매 묘로 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외할매 묘소를 돌봤다 누구는 남편을 일찍 여읬는 갑다며 혀를 찼다 엄마에게 봄 끝자락은 잡초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알림종이다 겁나게 자라나는 잡초는 타도의 대상이다 한여름에는 땡벌에 쏘이고 정체 모를 벌레에 불켜도 엄마는, 그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할매와 엄마.. 더보기
[시] 외할매 보러 가는 길 #외할매 보러 가는 길(심보통 1979~) 외할매 보러 가는 길은 하얀 쌀이 열린 것같게 조팝나무꽃이 풍성하다 어느 누가 부러 놓았을까 조팝나무 사이 저 너머로 생을 다한 리어카 한 대가 터줏대감처럼 초연히 섰다 아버지 말씀하시었다 자연自然은- 본디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고 불청객 4월 함박눈 휘몰아쳐도 움튼 생명은 실로 그러한가 보다 녹음 짙어가는 4월 산중은 리어카 한 대와 조팝꽃들이 春花風을 흥얼거리고 있다 울 외할매, 손주 옴을 기꺼워하시는 소리 2013년 4월 22일/ 외할매 산소 가는 길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