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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시] 고압선 거리에는(심보통 1979~) #고압선 거리에는(심보통 1979~) 대구 남구의 고압선 거리에 무시무시한 삼발이 송전탑이 걷히고, 홀쪽한 전봇대들이 둔탁한 검정 전선을 머리통에 휘두르고, 이쪽과 저쪽으로 휘영청 뻗은 건 30년 전의 일이다. 그전엔 삼발이 송전탑이 어둠의 점령군처럼, 거리의 이 집과 저 집에 한 발 혹은 두 발을 아니, 몸뚱아리 전체를 빼째라는 기세로 들여놓았다. 밤이 되면 판잣집이 있던 삼발이 송전탑 거리는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그 밤, 노동을 끝낸 팔뚝 검붉은 남정네들은 나무틀에 낀 희뿌연 창 너머로 파리하게 떨리는 60촉 백열등 막걸리집을, 쉬이 지나치지 못했다. 그곳에서, 찌그러진 금빛주전자에 주인장이 내어준 깍두기 한 그릇 그리고 일그러진 군상들마냥 인상 구긴 금빛 알루미늄잔에 누런 막걸리를, 흘린 땀만큼..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땡 다섯시의 추억을 아시나요? 초등학교 때, 땡 5시(오후)면 어김없이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그러면 복도에서든, 수돗가에서든, 운동장에서든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했다. 그게 싫어 나무 뒤며, 모퉁이며, 바위 뒤에 숨어있다가 선생님한테 걸려 뺨 세례를 받았다. 그 추억은 여태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 며칠 전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봤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두고 법정공방까지 불사했던 문제의 그 영화가 내 눈에는 무난해 보였다. 한편의 코미디로 감상하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백윤식과 한석규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어 보였고, 조연들도 약방의 감초역할을 제대로 해 낸 것으로 보였다. 영화 전반에 대한 내 나름의 평이라면 평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껏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버스가 정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