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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에 대하여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에 대하여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였다. 그가 곧장 대구로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인수위가 꾸려졌다.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얼마 안 있어 조각설組閣說이 나왔다. 이번에도 그는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비서실장 후보군에 속했다. 


오늘(19일) 박근혜 정부의 조각이 완료됐다. 거기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적어도 그가 이번 조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 예견했었다. 

나는 어제 그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구로 향했다.


그를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어떠해야 하는가요?"

안타깝게도 그는 자리에 없었다.


그에게 할 질문을 그가 가장 신임하는 분께 여쭈었다.

그를 대신해 그 분은 이렇게 말했다.


음, 그 답은 이렇게 할 수 있겠네. 

원장님이 첫 월급을 받고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가장 보람되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부모님 내복, 장인 장모님 내복, 사모님 내복을 사겠다고 결정했다네. 

그런데 그 무렵, 제자 중 한 명이 월세 낼 돈이 없어 곧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제자를 불러다가 돈을 쥐어줄 수도 있지만,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일단 10달에 100만원 하는 사글세방을 2군 사령부 쪽에 얻은 뒤, 모른 척하고 그 제자한테 전화를 걸었지. 

'00군, 내가 이사를 하려고 집을 하나 장만해 놓았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이사가 좀 늦어지게 되었네. 자네가 집 관리도 할 겸 당분간 그 집에 들어가 살면 안 될까.' 

제자는 뜻밖의 행운에 일단 집 관리인 자격으로 그 집으로 들어가 살았지.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교수님이 이사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제자는 불안해하며 원장님께 전화를 걸었지. 

그제야 원장님은 '아, 내가 갈 입장이 못 되는데, 아예 거기서 1년을 살지'라고 해주었지. 

제자는 그 집에 1년간 살면서 다음 해 집값을 장만하고, 위기를 넘겼지. 

제자는 졸업해서 지역의 건실한 건설회사에 입사했는데, 어느 날 원장님을 찾아와 사글세방을 마련해준 게 참 감사했다며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시라는 거야.' 자기네 회사가 만든 집을 사원 대우를 해줘서 값싸게 해드리겠다면서. 

원장님은 '아닐세. 내 자네한테 아파트를 하나 선물 받은 걸세'하고는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하셨지.


그 분은 이 이야기는 원장께서 대학원생 졸업식 축사 때 자주 들려주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도 비서실장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는 두 번째 독대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타인한테는 관대해도 나 자신한테는 대단히 무서운 사람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에서 서늘함을 느꼈다.


왜나하면 그의 말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좌우명을 자기 방식으로 푼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좌우명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다.

'사람(백성)을 모실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기의 몸가짐에는 추상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뜻이다. 

이런 말을 진중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무서운 사람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마지막 대국민 연설에는 이런 말이 들어가 있다.

"저 개인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 100%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밖으로 관대하고 안으로는 엄격하겠습니다."


이 연설문의 핵심은 '제2의 새마을운동 주창'이었는데,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분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외출 영남대학교 부설 박정희리더십연구원 원장.


나는 궁금하다. 

YS 시절 정권 실세였던 강삼재 씨는 "정치는 부르면 달려가야 하고, 달려가지 않고 버팅기면 종내에는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

그는 일단 달려가지 않았다. 차선은 끌려가는 것인가. 끌려가지도 않는다면 그는 그야말로 멋진 사내다.


그가 묵묵히 그의 길을 간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돕는 게 좋은가, 즉 협동協同의 문제에 관한한 그에게서 수학修學하는 것이 옳다. 


제대로 협동할 수 있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조自助에 능한 사람이고, 자조에 능한 사람은 근면勤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5년을 갈고 닦아 '새마을학'을 국내 최초로 정립했다. 

이제 그의 숙원은 새마을운동을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로 키워 온누리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거기에 애오라지 인생 전부를 걸었다.


그를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