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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프리즘

[미디어窓] 아니마, 쿠오레(엠플러스한국 9월호)


시사에세이


아니마, 쿠오레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왕타오(37) 중국 DJI 회장은 30대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전 세계 언론이 자국의 국민을 위해 왕타오 회장에게 물었다. “성공비결이 뭐냐. 왕 회장은 남들보다 조금만 더 똑똑하면 된다실천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많이 해결할수록 머리는 더 빨리 트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왕 회장의 성공비결은 실천이란 얘기다. 서른일곱 왕타오의 언어로 내뱉은 실천에 관한 생각은 가히 놀랍다. ‘어려운 문제를 많이 해결할수록 머리는 빨리 트이게 된다는 말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우리 속담을 연상케 한다. 반면 ‘30’ ‘억만장자를 언급하며 유수의 세계 언론이 어떻게 돈을 그리도 많이 벌었냐가 아니라 성공비결이 무엇이냐라고 물은 것은, 단순무식한 질문이어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면구스럽다.


요즘 입바른 소리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유시민 작가는 어느 방송에서 세상 그쯤 살아본 분들도 흔히 아는 얘기를 폼나게이야기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가 돈이고, 둘째가 자녀고, 셋째가 목숨이죠. 저도 이 세 가지는 정말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함께 한 패널들은 유 작가의 말에 작은 탄성을 자아내며 그쯤 살아본 분들의 상식을 대신 얘기해 준 유 작가의 말을 퍽 감명 깊게 듣는 것 같았다.


유 작가의 말을 시쳇말로 풀면 살아보니 돈 자녀 목숨은 정말 더럽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는 것이다. 헌데 이 말을 왕타오 머리에 대입하면 죄송한 얘기지만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 어려운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덜 하셨던지, 아니면 엉뚱한 문제를 푸는데 열정과 시간을 낭비하셨기 때문입니다쯤을 정답이라고 내놓을 테다.


이걸 이제 내 식대로 풀어보겠다. 왕타오가 말한 똑똑한 머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공부머리와 사회머리. 사람들은, 특히 20세기 대한민국 사람들은 공부머리가 그중 중하고, 제일인 줄 알고 살아왔다. 해서 공부에 재능 있는 아이도 공부, 공부에 지지리도 재능 없는 아이도 공부를 해야 했다. 공부머리 중시 사회는 좀 심하게 말해 현대판 노비문서를 양산했다.


소위 SKY를 들어가면 성공한 자, 못 들어가면 실패한 자로 낙인찍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잡아야 할 때, 현대판 노비문서인 대학졸업장이 무수한 청춘의 발목을 번번이 옭아맸다. 이 족쇄를 풀어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공부보다 돈을 강조하는 시대가 열리자, 사회머리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됐다. 사회머리는 곧 일머리.


사회머리는 공부머리와 단짝이기도 하고, 원수이기도 하다. 공부머리가 트인 사람이 일도 잘하면 단짝이 되는 것이고, 일머리가 좋지 못해 공부머리로 쌓은 화려한 스펙만큼 살지 못하면 원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회머리가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준 것은 자본주의고, 그걸 더 깊게 생각토록 한 것은 신자유주의다. 이제 사람들은 공부를 위해 목숨 걸지 않는다.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기 위해 목숨을 건다. 적확하게 말하면, 자기가 잘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바른 현상이다.


최근 이탈리안 요리전문가 박찬일 셰프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칠리아 고급 식당 오너 셰프 페페 바로네가 혹독하게 요리를 가르칠 때 한 얘기를 들려줬다. “무엇을 하든 일을 할 때는 아니마(Anima·영혼)와 쿠오레(Cuore·마음)를 집어넣는다(자기 가슴에서 진짜로 심장을 꺼내는 듯한 제스처와 함께). 오케이?”(한국일보 2017.8.19일자 참고)


, 공부, 결혼, 운동, 자녀교육 모두 아니마와 쿠오레를 담아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가 나온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오케이? 이 점은 우리 청년들이 가장 가슴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이 역시,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