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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우리동네 지킴이 소나무


#우리동네 지킴이 소나무
우리집 뒤 야산에는 400년된 와송이 한 그루 있습니다. 이 소나무로 오르는 계단은 77개 입니다. 


작년에 김천시에서 주변 정리를 하고 계단을 만들었는데, 꼭 행운을 주겠다고 의도해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놓고 보니 77개가 되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이 소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새끼를 꼬아 소나무 나뭇가지에 묶고 포도궤짝을 덧대 의자를 만들어 신나게 그네를 타고 놀았습니다. 그 시절 이 나무에는 아래 윗집으로 부엉이 가족이 두 가족 살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부지 같은 짓이지만, 야행성인 부엉이가 낮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으면 솔방울을 주워 맞추기 놀이를 한 기억도 새롭습니다. 부엉이 집 구멍 두 개는 여태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영험함을 지녔다고 동네 어른들은 기억합니다. 저야 뭣 모르고 놀이터로 삼아 신나게 뛰어놀았지만, 일제시대 때는 이곳이 신사 터로 쓰였다고 합니다. 


또 야산에는 곳곳에 무당들이 많이 드나들었는데, 섬찟한 것은 이 소나무 아래에서 굿을 한 무당들이 연달아 죽어나가면서 이 소나무 아래에서 굿판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막걸리를 들고와 빌고 가는 한복 입은 무당들이 간간이 보이긴 하지만, 이제는 직지사 관광 안내판 아래 명실공히 명물로 소개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옛날에는 당산나무이기도 했기에 정월초하루면 직지사로 오르는 길에 있는 시내까지 새끼줄 몇 가닥이 몸통을 휘감아 이어졌다고 합니다.


우리집 골목에서 야산을 보면 빼어난 소나무 때문에 늘 기분이 좋습니다. 봄 가을로직지사 관광 왔다가 한 번 들러보시면 좋겠습니다. 


영험한 힘이 있다고 하니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