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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이 만난 사람

[인터뷰打] 아동문학가 심후섭


#아동문학가 심후섭과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에 관한한 내 첫 번째 저작물 <스토리가 돈이다>에는 스토리텔링 분야에 대책없이 발을 들여놓은 소설가, 수필가, 시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담겼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문인들의 틀로 인식케함으로써 많은 이들을 지레 겁먹고 떨어져 나가도록 한 죄(!)- 때문이다. 

대단히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김주영, 성석제 선생 같은 분들은 스토리텔링을 하지 마셔야 한다. 그냥 소설을 쓰셔야 한다. 

김주영 선생은 노구를 이유로 현장 한 번 가 보지 않고 글을 써낸 죄로(그러면서 전국의 길 여행 르포 프로는 왕성하게 출연하셨다. 나는 그게 이해가 안 갔다. 언제고 만나면 왜 그러셨는지 묻고 싶다.), 성석제 선생은 스토리텔링이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한 죄로 그렇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선생은 내가 재직할 때 매우 바쁘셨다. 무리하게 일을 하신 게 아니었나 모르겠다.)

나머지 분들은 내가 거론하기 어렵다. 내가 규정한 죄(?) 때문이 아니라 또다른 이유에서 그렇다. 

그렇지만 스토리텔링에 관한한 이 분만큼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조용히 그러나 대단히 열성적으로 스토리텔링집을 양산해 내는 아동문학가 심후섭 선생이 그렇다.

내가 젊은치기로 선생에 대해 감히 한 마디 하자면, 선생은 경읽기 시키는 껍데기만 선생인 경사經師와 달리, 인간 만들어내는 우리시대 진짜 스승인 인사人師이다.

며칠 전 선생을 뵙고, 스토리텔링에 관한 협업 방식을 알은 체하다가 이미 수 년 전부터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 작업을 체계화해 오셨음을 알았다. 

대구는 물론 전국 언론사에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연구원이 영남일보에 생기고, 그 실무자로 갈 것을 사장으로부터 요청받았을 때 나는 실로 막막했다. 

스토리텔링의 '스' 자도 몰랐던 내게 '열정' 하나 믿고 맡기겠다니 아니 갈 수도 없던 노릇이었다. 

내가 한 첫 번째 일은 교보문고에 가서 스토리텔링 서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조리 주워와 책상에 재어 놓고 독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두 어권 읽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온 책들의 목차를 살펴보았다. 

이런 젠장! 글쓰기 부교재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었다.

책을 뒤로하고 기자 특유의 방식으로 대구경북의 스토리텔링 '도사'를 찾아나섰다. 

아뿔싸! 도사들의 말씀이 책에 나온 정의 정도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귀한 분을 발견했는데, 국립국어원장을 지내고 복직한 경북대학교 이상규 교수였다. 

그런데 이 분은 스케일이 너무 컸다. 아직 틀도 잡히지 않은 연구원에 수 백억 프로젝트를 운운하시니 나로서는 불감당이었다.

맨땅에 헤딩하기로 했다. 

또한번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적어도 내가 스토리텔링연구원 실무자로 재직하던 2010년 2월~12월 중 나는 5개월은 기자로서 부끄러운 기사를 무수히 양산했다.(제대로 알지 못한 채 스토리텔링 기사를 의무적으로 써야했다.) 

<스토리가 돈이다>에는 그 양심고백이 적혀 있다.

몸으로 부딪히며 감을 잡아갔다. 대구 사회가 스토리텔링으로 먹고사는 미래를 생각하며 일을 했다. 

대구가 만년 GRDP 꼴찌의 불명예를 씻는 첩경은 문화산업을 어느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 방식대로 밀고갔다.(나는 정말이지 신문사 수익에나 일조하겠다고 그 불모지로 뛰어들지 않았다!)

그 와중에 심후섭 선생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안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너무 태만했던 게 아니었나, 심각하게 생각해 본 일이 있었다. 

왜 이 분을 이제야 만났을까. 

어느 뜨겁던 여름 날, 나는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장으로 있던 선생을 찾아갔다. 
교육청 앞마당에서 나는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장장 2시간을 청내 진기한 나무 이야기로 나의 혼을 쏙 빼놓은 것이다. 

나는 그런 분을 애써 무시해가며 내 길을 갈 수가 없었다. 선생께 친히 내 출판기념회 격려사를 부탁 드린 이유다. 

우리시대 탁월한 이야기꾼들이라고 하는 분들 중에는 거품이 많은 분들이 많다. 나는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구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심후섭 선생의 말씀을 경청해 보아야 한다. 그는 베테랑 선생이기 전에 빼어난 아동문학가이자 스토리텔러이고, 스토리텔링전문가이다. 특히 그에게는 빼어난 조력자가 많고, 그 분들을 활용하는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머지않은 장래에 스토리텔링 조직을 체계적으로 갖춘다면, 내 조직의 어른으로 나는 반드시 선생을 모시고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