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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이 만난 사람

[인터뷰打] 혜정 류영희 선생 내외 분

30일 오전, 대구에서 활동 중인 한글 서예가 혜정 류영희 선생과 그의 부군 구교찬 전 구미경찰서장이 직지사 황악산 아래에 터를 잡고 40년 넘게 소설을 써 온 소설가 심형준 선생을 방문했다. 



#혜정 선생 내외 분 다녀가시다

오늘 점심 무렵 우리집 찻방 익우당益友堂에 반가운 손님이 다녀갔다. 서예가 혜정 류영희 선생 내외 분이다. 바깥주인은 구교찬. 전직 경찰서장이다. 

두 분을 보면 배울 게 여러모로 많다. 그 중에서도 우리네 인생이 여행이라면, 여행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몸소 알려준다는 점이다.

혜정 선생은 중학교 2학년 때 붓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국어선생이었던 서예가 동강 조수호 선생의 지도 덕이다. 

혜정 선생은 한글 서예 분야에서 독창적인 서체를 개발했다. 


소설가 황계 심형준 선생이 짓고, 혜정 류영희 선생이 쓴 <산다는 것은> 전문.


선생은 원래 초등교사 출신인데,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동기간이고, 부산일보 사장을 지낸 난주 김상훈 선생과는 8년 후배가 된다. 

그의 제자로는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 최진근 원장과 영남일보 이영란 서울정치부장 등

이 있다. 

교편을 오래 잡으셨어도 훌륭한 선생으로 남으셨겠지만, 일찍 교편을 놓았다. 시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는 당시 시대상황 탓도 있었지만, 선생의 마음가짐도 비슷했다.

바깥주인인 구교찬 서장이 마음 편히 나랏일 할 수 있도록 남편을 하늘같게 섬겼다. 구 서장은 일반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총경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로 대구 사회는 기억하고 있다.

혜정 선생이 놀라운 것은 시부모를 지극히 봉양하고,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개발에 힘써 독창적인 서체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구교찬 서장은 경찰 고위공무원답지 않게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두 분에게 내가 본받고자 하는 점은 두 분의 인품도 인품이지만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이다. 

구 서장은 퇴직 후에 창(唱)에 빠져 지내면서 개인독창회를 두 번이나 열었다. 서예실력도 혜정 선생만큼은 아니지만 빼어나다고 한다.

혜정 선생은 타인이 평생직장이라 부르던 교직을 그만두고, 진짜 평생직장인 개인 화실을 내고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힘 쓸 뿐아니라 의미있는 일이라면 자신의 재주를 적극 빌려준다는 점에서 우리사회 숨은 '재능기부 여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내가 이렇게 구구하게 두 분을 잘아는 듯해도, 구 서장은 소문만 들었을 뿐 오늘 처음 뵈었고, 혜정 선생은 두 번째 대면이 전부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내가 이렇게 이야기 해도 되는 사이(?)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