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옥잠(일명 비비추) 앞으로 자주빛깔 도라지꽃 한 송이가 고개를 들고 일어났지 뭡니까.
"비비추 엉아, 나랑 놀자""넌 이름이 모니?"
"응, 난 도라지라고 해."
"근데 넌 왜 나를 엉아라 불러?"
"응. 나보다 키가 크고, 먼저 났으니까."
"음..."
"엉아, 글고 엉아랑 나랑은 옷색깔도 비슷해."
"그렇긴 하네."
"그럼 이제부터 비비추 엉아는 내 엉아다."
"그래..."
어린 도라지꽃은 영악하다. 멀대 같은 비비추는 어리숙하다. 그래서 먼저 동생하겠다는 도라지꽃은 늘상 비비추를 '엉아'라 부르며 '형아'처럼 굴었다.
살다보면, 형 잡는 동생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생태계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몽상(夢想).
심보통/201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