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홍준표, 노무현, 박원순, 안철수(2)

반면 요즘 대세 박원순과 안철수, 이 두 양반은 필자 눈에 적이 얍실스럽다.
중앙일보 김진국 논설실장
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출마를 오래 준비했다. 7월 19일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면서 하산(下山) 이벤트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산을 내려오기 직전까지도 회견 날짜를 조율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토요일인 9월 10일 돌아오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일요일자 신문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황했다.([중앙시평] 안철수, 정치판에 나서라 ) 

시종 시민운동가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할 것 같았던 시민운동가의 대부大父 박원순은 그렇게 뭇시민의 상식을 깨뜨리고 서울시장에 출마, 기어이 당선됐다. 이제 그도 정치가다.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 과정이 '깜짝쇼'같아 시민운동가로 남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음흉한 사람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 시민운동의 대부에서 기성 정치가로 획기적인 변신에 성공한 박원순은 어눌한 말투와 기발한 기획력이 장점이다. 인터넷 취임식은 그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또하나의 작품이다.

안철수 교수는 어떤가. 그는 누구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 9단 YS보다 더 노회한 정치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의 희망적이고, 귀감되는 행보에 유한 이미지로 대중을 현혹시키고 있다.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둑판에서 절묘한 한 수를 두듯 적재적소에 '통큰 양보(서울시장 후보)' '통큰 기부(1500억 상당 주식 사회 환원)' '출판 기념회(정치가들의 정규 코스)'  같은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유시민의 말 대로라면 이번 판은 넘어가는 판이다. 안철수 바람은 안철수 본인이 일으킨 게 아니다. 이럴 경우 그 바람을 잠재울 뾰족수가 없다. 이 추세라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그리고 대선에서 멋지게 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영원한 '빅2'로 정치인생을 씁쓸하게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하나 2007년 대선을 우리는 다시 곱씹어야 한다. 그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대한민국 정치 현대사는 굴곡으로 점철됐다. 8.15 해방 후 자유당 정권은 부패했다. 급기야 초대대통령 이승만은 쫓겨났다. 이어 불안정국을 타고 군사정권이 들어섰다. 88년 '민주화의 봄'까지 억압과 통제 아래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하나 노태우는 군사정권의 마지막 수혜자였다. YS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문민정부'란 케치프레이즈가 걸렸다. DJ정부는 '국민의 정부'라 천명했다. 노무현 정부 땐 '참여정부'가 슬로건이었다.


@ 안철수는 벤처신화를 쓴 사업가 겸 의사 겸 교수다. 이력과 경력이 화려하다. 하나 정치는 문외한이다. 그런 그가 돌풍을 타고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돌풍은 늘 위험하다. 막을 준비도 없이 오기 때문이다. 


MB정부의 노선은 당초 실용정부였다. 하나 그 실용은 무용이 됐다. 다른 것 필요없고 경제 하나 살려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MB는 실망만 안겨다 주었다. 하나 그 실망을 자초한 건 애오라지 국민이다. 정치는 정치의 영역 안에서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룰을 무시하고 정치 초년병인 MB를 대한민국 CEO 자리에 앉힌 건 다름 아닌 국민 다수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그를 지지했고, 환영했던 국민이 하나 둘 뒤돌아섰다. 그냥 뒤돌아선게 아니다. 다들 한 욕씩하면서 뒤돌아섰다. 2011년 11월 현재, '각하 이명박'은 온국민의 조롱거리다. 풍자의 대상을 넘어, 비아냥의 대상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졸지에 온국민 코미디의 최적의 소재가 되고 있다. 마냥 웃을 일인가, 그렇다고 이게 울어서 될 일인가.

우리는 MB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 문외한 안철수에게 정치를 강요말자.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부탁말자. 대한민국을 좀 먹고 살게 해달라 요구하지 말자. 그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불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죽이 됐든, 밥이 됐든 정치 틀 안에서 나와야 한다. 이왕이면 인품있고, 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국가관이 투철하고, 어른다운 풍모를 가지면서도, 청렴결백한 인물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

@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미숙아다. 돈의 흐름은 꿰뚫어 볼 지 몰라도, 임기 1년을 남긴 지금도 대한민국 정치판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듯하다. 국정운영과 정치는 건설현장마냥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쳐선 곤란하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철수를 제외하고 찾자. 눈을 정치권 안으로 돌리자. 안철수는 그냥 대한민국 IT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남겨두자. 사람은 저마다 끼와 제량을 타고난다. 실수는 MB로도 족하다. 그가 건설회사 사장을 지냈다고, 대한민국 경제를 누구보다 잘 살릴 수 있을 거란 믿음과 신앙은 헛된 바람이요, 욕망이었음을 깊게 반성하고 깨우치자. 그리고 안철수를 '안철수 교수'로 남겨두자.

당부컨대 안철수는 오만함을 버려라. 대선출마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번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다" "학교 일도 바쁜데..." 같은 고유의 겸손한 투로 현장을 모면하는 모습이 이젠 역겹기까지하다. "비겁하게 그러지 말고, 교수직 버리고 당당히 정치하라"는 홍준표 대표의 역정 섞인 말까지도 안철수는 이용하고, 악용하고 있지 않나. 안철수 쪽으로 넘어가는 판인데도 보고 있자니 '투사' 홍준표가 안쓰럽기 짝이 없다. 

국민을 호도하는 꼼수로 기만하는 건 결국 안철수와 박원순일 확률이 높다. 4년 전처럼 기어이 가봐야 알겠나. 홍준표와 노무현이 사내로, 인간다움으로 박원순과 안철수보다는 백번 낫다.

<홍준표, 노무현, 박원순, 안철수(1)> http://masilwa.tistory.com/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