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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희망칼럼2] TV조선 이진희와의 대화

여산 형이야! 두 번째 편지다. 
서울은 공기가 확실히 나쁘다. 형 고향 경북 김천 황악산 아래는 아주 청정하지. 너네가 잘 아는 박경림이 부모 고향이 방아재(혹은 방아치, 여기서 재나 치나 모두 '고개'라는 뜻이다)라는 곳인데, 형 집하고 이웃한 동네지. 박경림이 부모님은 아직 거기 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튼 그 방아재는 여름에도 반딧불이가 날아다녀. 알지?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만 사는 다슬기를 잡아 먹고 사는 거. 다슬기가 많은 곳엔 반딧불이가, 반딧불이가 많은 곳에 다슬기가 산다고 보면 맞아. 그리고 그 둘 모두가 사는 곳이 아주 깨끗한 곳이지.

그런 곳에 살다가 사람 많고, 공기 나쁜 서울 오니까 눈이 아려 찬물로 세안을 하지 않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더라. 특히 반나절만 외출하고 와도 눈은 아리고, 목은 칼칼해. 적응기간이 필요할 듯해. 그래도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가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지. 사람이 많은 곳에 모든 게 흥하지. 망해도 크게 망하지만, 망하러 서울 오는 사람은 없잖냐.

형은 형님 댁에 묵고 있는데, 서울 와 또다른 신상의 획기적인 변화는 살림을 산다는 거야. 우리 형은 목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데, 시간이 빠듯해. 그나마 내가 와 살림을 도우니까 좀은 사람사는 집 같애. 원래 정말 깔끔한 분이었는데, 일에 열중하다보니 집안이 엉망인 것 같아. 

@형이 직접 만든 시원한 바지락국수다. 형님 점심용으로 어제 만든 것. 별 것 다해 본다. 

살림. 그 무진장 어렵겠더라. 아침에 밥 앉히고, 국 끊이고, 반찬 차리는 것만도 버거워. 거기다 설겆이와 잔반처리는 어머님의 고유 영역이라고만 알고 살아온 나로선 묘한 느낌을 받아가며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지난 3일간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바지락국수 등을 손수 만들어 형님과 나눠먹었다. 

20년간 외지 생활한 형님은 이제 사먹는 밥은 못 먹겠다며 직접 해먹은 지 수년이야. 집도 부러 학원 근처로 옮겼지. 때마다 내가 챙겨줘야 해. 완전 하우스키퍼지. 처음에는 적응 안 돼 힘들었다. 어머님의 고충을 100분 이해하겠더라고. 그나마 형은 22~23세 캐나다 연수시절, 한국음식이 그리워 홈스테이하면서도 캐네디언 주인의 허락을 받아 주말마다 밥과 한국 음식을 해 먹었지. 그때 익힌 실력을 10년만에 다시 발휘하는 거야.

대학 때는 기숙사 생활, 졸업 후엔 바로 기자생활 했으니, 대체로 차려놓은 밥상에 젓가락만 든 세월이 10년이야. 그래도 형이 손재주가 좀 있어 3일 하니까, 적응이 돼. 오늘 아침은 제법 여유가 있었다. 블로그에 새 연재(
http://masilwa.tistory.com/22 [지식박스1-정치] 공개지지)도 시작하고, 새 친구랑도 페이스북으로 이야기도 좀 하고.

오늘은 새 친구 이야기 좀 하지. 양해를 구하진 않았지만, 피해 줄 일은 아니지 싶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마. 외모도 출중하니까 얼굴도 공개할게. 반가운 얼굴일 거고, 반가운 소식이다. 너네도 이 반가운 얼굴에게 축하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가 펫북에 오늘 남긴 글. "새벽 4시 출근... 이틀째입니다 시니컬한 셀카를^^; 음 사진이 몇개째 각도가 똑같네요 ㅎㅎ 밑에 축하 댓글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좋은 하루입니다.^^!!"

형은 이 친구를 잘 몰라. 그냥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반짝 스타'로 등장한 친구지. 이진희(
사진)라고. 대구방송(TBC) 기상캐스터였지. 얼마전에 종편 TV조선으로 옮겼더라고요. 능력 있는 친구지. 형이랑은 펫북 친구이긴 해도 일면이 없다. 그래도 TV조선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고 하니, 형과 비슷하게 서울생활도 했겠다, 축하하는 게 마땅한 도리라 여겨 '건승하시라' 글을 남겼지.

그리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기에, 메시지로 이렇게 전했다. 
 
여산: 거의 연예인 수준이시네요. 전 귀하 존재를 2011 통해 알게 됐는데, 언론인과 경찰이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공손과 겸허함인데, 바쁘시더라도 일일이 답글로 응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왜 귀하도 알겠지만, 언론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이란 게 그닥 좋지 않기 때문이죠. 남들이 알아줄 때 관리하시라!! 나오면 찬바람 쌩쌩 붑니다.(하략) 

세계육상대회 때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터라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일일이 답글을 못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언론인의 기본을 이야기해 주려는 거였다. 다행히 좋게 이해하고, 그 친구가 이렇게 답을 주었다.

이진희: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 역시 최대한 답글을 하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시청자들의 격려와 관심으로 힘을 얻는 직업인만큼 그분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소통하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형은 이렇게 답해 주었다.
 
여산: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3번의 복은 만난다고 합니다. 어른들 말씀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 일찍 잡을 잡은 게 귀하의 첫번째 복이라면, 2011이 두번째, TV조선이 세번째 복일지 모릅니다. 보통 사람들은 30~40대 돈을 벌고, 50대부터 그것을 유지하는데 혈안입니다. 그걸 일러 우리는 '보수화 된다'고 하죠. 하나 귀하가 이 세상 살면서 조금만 역발상하시면 보다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지금이 귀하에겐 가장 큰 복이 온 것 같습니다. 하나 호사다마라 했으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가는 습관을 들이시길... 아시다시피 종편이 안착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TBC 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견해도 팽배합니다. 알아서 잘 판단해 가셨겠지만, 초기에는 TBC보다 TV조선이 못한 면도 많을 겁니다. 하나 진정한 실력자는 어딜가나 살아 남습니다. 건승하십시오! (하략)

그 친구는 이렇게 답글을 주었다. 
 
이진희: 말씀 하나하나 마음에 새겨진다 싶어 프로필을 자세히 보니 영남일보에 계셨던 언론인 선배시군요 다시한번 반갑습니다^^ (중략) 간간히 조언과 응원말씀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하략)
 
형이 이 친구와의 메시지를 인용하는 건 좀 조심스럽다. 이 친구에게 혹 나쁜 영향을 미칠까 심히 저어된다. 니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똥과 같잖냐.

이 친구, 영리한 친구인 것 같더라. 앞날에 영광과 기쁨만이 함께하길 다 같이 응원해주자. 니들 중에도 세계육상 때 포털에 걸린 이 친구 이야기에 열광의 댓글을 단 친구가 많을 거야. 그 때처럼 서울생활 잘 하도록 격려를, 부탁해.

또한 형과 이진희씨 대화의 행간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대한민국 20대 파이팅!

추신:
1. [20대에 고함]은 20대 청춘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안내해 주려 미약한 힘을 기울이는 장입니다.
2. 이 곳에선 댓글을 금합니다. 남기실 말씀은 '여산에게 말걸기'로...

2011년 11월 16일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여산 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