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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홍준표, 노무현, 박원순, 안철수(1)

문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교수. 이 네 사람을 동류항으로 묶어 보시오.

보기1) a. 홍준표 b. 노무현, 박원순, 안철수
보기2) a. 홍준표 b. 노무현, c. 박원순, 안철수

대개 둘 중 하나로 묶지 않을까 싶다. 만약 a. 홍준표 b. 노무현 c. 박원순 d. 안철수로 나눈다면 필자의 문제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선 논외로 한다.

첫 번째 방법으로 묶은 사람은 여야與野, 당적을 많이 고려했을 것이다. 하나 박원순과 안철수는 무당파다. 그러니 두 번째 방법으로 묶은 사람은 박원순과 안철수가 무당파임을 더 고려해 그리 묶었을 것이다.

하나 필자는 a. 홍준표, 노무현 b 박원순, 안철수이 동류항이라고 본다. 홍준표와 노무현이 함께 묶일 수 있을까,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홍준표, 노무현 VS 박원순, 안철수 구도는 보기 1, 2의 묶음보다 합리적이다.

무릇 사람은 언변에서 그 사람의 문화적 수준, 교양, 됨됨이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요즘 정치권에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단연 뉴스 메이커다. 그의 말대로 평의원일 때는 아무 문제가 안 되던 말이, 대표가 되고나선 모든 게 뉴스가 된다.

@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 출신인 홍준표 대표는 강한 화법으로 구설수에 쉽게 오른다. 하나 그의 언변에는 적어도 얄팍함, 사내답지 못함은 안 읽힌다. 그는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 투박한 영남 사나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여 기자가 "돈을 사용한 것 아니냐"고 묻자, "너 임마, 그러다 맞는 수가 있다"고 받았다가 구설에 올랐다.

10.26 재보궐선거 후엔 20대 대학생과 만난 자리에서 '이대 계집애들' 발언으로 또한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엔 한미 FTA 협상안 국회 통과 관련해 "만약 FTA 통과되면, 기자 아구창을 날려버리겠다"고 해 '홍준표 3단 콤보 막말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홍준표 대표는 몰상식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네 사람 중 가장 정직한 사람이다. 2003년 노무현은 굴욕 외교 논란에 이어, 한총련 5.18 시위가 잇따르자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무현식 화법과 홍준표식 화법은 같다. 투박하면서도 거칠다. 하나 그들의 언변에는 줏대와 강직함이 읽힌다. 적어도 야비함과 비겁함과 꼼수는 없다. 노무현의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은 그해 국민들 뇌리에 가장 강한 말로 기억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첫발을 어디로 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90% 정도 결정된다. 이직이 보편화되지 않은 풍토 탓에 '배운 게 도둑질인지라...'며 주구장창 첫 직장과 관련된 일을 이어간다. 첫 직장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직업마다 특색이 있다. 밀레니엄 들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자감 1위 선생을 놓고 보자. 세간에는 초등학교 선생은 딱 초등학교 수준이고, 중등학교 선생은 딱 중학교 수준이고, 고등학교 선생은 딱 고등학교 수준이란 말이 나돈다. 99.9% 맞다. 그게 이른바 스타일이다. 

마찬가지로 기자는 기자 스타일이, 경찰은 경찰 스타일이 있다. 하물며 검사는 왜 검사 스타일이 없겠나. 홍준표는 우리나라 최고의 검사였다.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진 그는, 보통사람 시대(노태우 정부) 권력 2인자로 군림했던 박철언에게도 은색 팔찌를 채운 열혈 검사였다.

@ 2003년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그해 연말 한 설문 조사결과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재산 29만원'보다도 20%나 많이 충격인 것으로 집계됐다. 
 

평검사 시절엔 상하질서가 군대보다 엄격한 조직에서 '쿠데타'를 시도 한 적도 있다. 부당함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이력 때문에 MB정부 들어 법무부 장관 물망에 2~3번 올랐지만,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곤 정부에서 환경부장관을 제안해 오자, 홍준표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며, 당대표에 도전했다. 당원과 의원들이 주거니맏거니 해가며 서로 밀어주는 식과 계파정치가 익숙한 풍토에서 홍준표는 속칭 '독구다이'로 당대표가 되는 신화를 썼다.

홍준표는 이따금 "강력계 검사를 오래 하다보니 말투가 좀 거칠다"고 자신의 구설수를 방어한다. 하나 그 뿐이다. 홍준표가 검사 시절 자연스레 몸에 밴 어투와 행동은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 것이다. 노무현은 인권 변호사를 오래하면서 투박한 말투가 굳어진 듯하다. 사회 약자를 대변하는 일을 하다보니, 서민들과 눈높이를 낮춰 대화하다가 스타일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여 필자는 홍준표와 노무현이 함께 묶여야 적절하다고 본다.

<[시리즈 2]> 
http://masilwa.tistory.com/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