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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영향>-대한민국 편집국에 바람


#<영향>-대한민국 편집국에 바람
1.
활쏘기는 건강에 좋다고 한다. 국궁을 가르치는 김동윤 선생에 따르면 일단 근력운동에 도움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흡에 큰 도움이 된다. 호흡만 잘해도 현대인의 만성스트레스는 멀리 물리칠 수 있다는 견해는 널리 알려졌다. 게다가 활을 저 멀리 표적을 향해 쏜 뒤, 화살을 수거하러 왔다 갔다 하기를 4차례만 하면 2km를 걷는 셈이니 하체운동에도 그만이다.
헌데 사진(김동윤 선생 시범 모습)처럼 묶인 화살을 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운동이 된다. 직접 따라 해 봤더니 이건 순전히 바른자세를 연마하기 위한 것이라 초보자야말로 녹록지 않은 운동이 되겠다 싶다. 선생이 알려준 대로 자세를 곧추고 팽팽한 활사위를 놓았더니 묶인 화실이 '슉'하고 180도 돌아 제자리로 쏜살같이 돌아왔다. 시간을 쏜 화살에 비유해 '쏜살같다'고 한 이유를 능히 알겠다.


2.
내가 처음 근무했던 신문사에는 '뒷골목'이란 단신코너가 있었다. 사회부 경찰팀 막내들이 전담하다시피 했던 이 코너는 밤 사이 발생한 사건/사고들 중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어처구니없거나 말 그대로 사건/사고지만 재미있어 헛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2~3건으로 채워지는 가십코너였다. 
그저 읽을 때는 낄낄대고 말았지만, 직접 뒷골목 거리를 찾아나서자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경찰서 사고일지를 보고 뒷골목 거리가 있으면 다행이었지만, 없다면 아침부터 경찰서 이 부서 저 부서를 기웃거리며 뒷골목 거리를 구해야 했다. 이유불문하고 오전 9시까지 1건 이상의 뒷골목 거리를 시경캡에게 보고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일정부분 강제성을 띠다 보니, 또 독자의 기대치를 생각하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만들어진 뒷골목'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편집국에서 자해소동이 일어났다. 동네 우삿거리를, 그것도 오버해서 오보로 낸 때문이었다. 사건/사고 기사는 누군가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이때 깨달았다. 나는 이 일로 '뒷골목'은 없어져야 할 코너로 비정했다. 실제 편집국 자해소동 이후 얼마 안 돼 뒷골목은 이런저런 사유로 사라졌다.


3. 
나는 신문이 관성적으로 지면에 올리는 사건/사고 기사에 대해 각 신문사 편집국 내부적으로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건/사고는 뭇 독자와 대중에게 반면교사가 되기 보다는 모방범죄나 어설픈 따라하기 식의 흥정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인터넷언론이 등장하고, 그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건사고가 무분별하게 쏟아지며 국경선을 넘나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고로 친구를 사귀어도 기운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게 좋다고 한 것은 친구의 기운이 내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다. 사회의 비정상적인 사건만 '일신우일신'하게 소개되는 풍토는 대중에게 특히 국가를 위해서 좋을 게 없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고위직의 만행, 부자들의 추태, 연예인들의 비상식으로 연일 요동친다. 기분 좋은 뉴스 보다 불쾌하고 찝찝한 뉴스들이 독자의 뇌리를 때린다. 그 뉴스들은 대개 깊이가 없다. 드리이하게 사실 관계만 전달하고 만다. 그 축약된 정보를 갖고 독자들은 나쁜 감정을 일으킨다. 우리 사회 비관 비판 불만의 양산은 시나브로 그렇게 양산된다. 
사건/사고의 이면에는 충분이 이해하고도 남을 만한 사연도 다반사다. 피의자, 용의자의 행위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과 비행은 지질렀을 지언정 무턱대고 비난하기에는 안타까운 사건/사고도 비일비재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너무 까발려진 사회가 돼 버려서, 독자들이 몰라도 될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돼 버려서 국운이 잿빛으로 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스러울 정도다. 
사회 환경이 아무리 엉망진창이어도 대한민국 국민들처럼 무관용으로 일관하는 사회는 없지 싶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신문사들은 각성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쏜 화살은 다름 아닌 신문사로 돌아가게 돼 있다.
/심보통2016.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