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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스토리 지식박스

[지식박스T1-정치] 공개지지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시장 선거는 특히 주목할 대목이 하나 있다. 정치가로 이끄는 첨병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얘기가 아니다. 대선이란 큰 판이 아닌데도 정치권밖 공인들의 공개지지가 유독 눈에 띠었다는 점이다. 정치의 진화인가. 현 정권에 대한 반작용인가. 일단 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나 선례는 또다른 선례를 낳는 법이다.  

@ 야권 대통합 추진모임 '혁신과 통합'이 2011년 9월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발족식을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공동대표단이 참석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좌파성향 정치지망 교수로의 본격적 정치활동 무대 등장이다.-라고 연합뉴스는 전하고 있다.
 
이번 10.26 서울 시장 선거에선 21세기 맞춤형 용어 '멘토'가 공개지지란 이름을 대신해 등장했다. 그래서 이런 분석도 나온다. ‘박원순 멘토군단’인 이외수, 공지영, 조국, 김제동, 이효리, 김여진 등등 유명인들의 트위터 투표 인증샷이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모으는데 결정적이었다.(
[데스크단상] 박원순 승리, 시민정치시대 개막되었다. )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시계 추를 4년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대선서 '빅2'는 박근혜와 이명박이었다. 대선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자, 장외 공개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구도는 이렇게 갖춰졌다.  

설운도, 전원주, 선우용녀, 최희암 VS 유인촌, 이상용, 정응채, 유남규.

설운도 등은 박근혜 전 대표를, 유인촌 등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지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뽀빠이' 이상용은 이 후보가 고려대 선배로 평소 친분이 있어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영남일보 DB.(http://www.yeongnam.com/)

탤런트 전원주는 박 후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기 때문이랬다. 탁구 스타 유남규는 "이 후보가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관심이 많아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스포츠는 위기 관리가 중요한데 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위기를 잘 넘기는 걸 보고 호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엔 또 어느 누가 입바른 소리하겠다고 유력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설까. 줄을 잘못 섰다 피해를 본 이도 많다. 윤도현, 김미화, 김제동 등이 노무현 정권 이후 방송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람 사는 세상 대통령이라고 다를 바 없다. 이회창과 노무현이 맞붙었던 2002년 대선에선 뜻밖에 노무현이 당선되자, 이회창을 밀었던 거대 보수 언론사는 말그대로 초토화됐다. 이 대선의 영향으로 중앙일보는 40주년 공채를 포기했다. 
일종의 정치 보복이 들어왔고, 간부들이 상당수 경질되는 비운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니까 노무현 혹은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들도 별수 없는 인간이란 말이다.

다시 '5년짜리 대통령 모래시계'는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새 모래시계를 구입할 준비를 할 때다. 이번에도 공개지지는 봇물을 이룰 것이다. 공개지지 대신 '멘토단'으로 인구에 회자될 듯하다.
 

@대한민국의 숱한 '안철수'가 놀랍고도 훌륭한 정치철학을 가졌지만,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골머리만 앓다 임기 마치는 지자체 단체장을 지지선언할 날은 언제쯤일까. 

하나 각 분야의 장인, 공인(연예인을 공인이라 칭하기는 정말 싫다!)의 정치적 견해 피력이 일상화된 미국과 견주어 볼 때, 우리나라 공개지지는 즉흥적인 면이 없지 않다. 2004년 대선에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지지했다. 케리의 환경정책이 그의 평소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2008년 미 대선에서 배우 조지 클루니는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수단 다르푸르 학살·난민 문제 해결에 대해 오바마와 뜻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10.26 서울시장 선거는 좋을 본보기가 될지 모른다. 안철수 같은 이가 지지선언을 해버리니, 정당도 조직도 없는 박원순이 시장이 되는 세상이다. 

어찌보면 이제야말로 풀뿌리 정치의 첩경을 세상 사람들이 조금 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안철수'가 놀랍고도 훌륭한 정치철학을 가졌지만,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골머리만 앓다 임기 마치는 지자체 단체장을 추리고 뽑아 지지선언을 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라고 한다면 내가 아직 정치 밑바닥을 몰라 그런다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