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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어른'이 없다는 사회 남석 이성조 作(2011) #'어른'이 없다는 사회 인간 세상은 무수한 점들로 이뤄져 있다. 각 점의 질과 양은 같다. 대한민국은 5천만 개의 점들로 이뤄져 있고, 그 점들의 가치는 같다. 다만 점들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누구는 대통령으로, 누구는 구두닦이로 제 몫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영철 같은 살인마도 점들 중 하나다. 그의 역할이 독특할 뿐이다. 하나의 점이 사라질 때, 그 점이 이 세상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살았나, 못하고 살았나의 해답은 바로 점 자신이 확인해야 한다. 이 세상과 작별하는 마지막 순간, 인간은 비로소 꽉 쥐고 있던 '정답 주먹'을 편다. 그리고 '아, 나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 내 가련한 인생...!'이라고 결론 내리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요즘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새마을운동발상지 스토리텔링과 그 전망 #새마을운동발상지 스토리텔링과 그 전망 내가 스토리텔링과 인연이 닿은 것은 햇수로 6년째다. 한창 사회부 기자로 현장을 누비고 있을 때, 사장의 호출이 있었다. 신설되는 스토리텔링연구원에 가서 일 좀 하라는 령이었다. 사장실엔 나와 친분(?) 있는 지역 인사와 안면이 익은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밑도 끝도 없는 사장의 '인사 조치'였지만, 그 앞에서 못 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외부인의 눈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스토리텔링 전담기자가 됐다. 딱 1년 하고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그 때 진 마음의 빚 때문에 지금까지 스토리텔링을 부여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준비가 안 된 나에게 스토리텔링은 좀 짜증스러운 분야였다. 2010년만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창구가 부족했다. 특히..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동학 전쟁, 역사 전쟁 심지훈(37)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는 지난 17일 경주 더 케이호텔 거문고A홀에서 열린 2015 동학 인문학 특강에서 '경북대구의 동학이야기'를 주제로 대구경북 시도민 200여명과 만났다. #동학 전쟁, 역사 전쟁 불쾌하기 짝이 없다. 본의 아니게 '동학 전쟁'의 틈바구니에 끼게 되었다. 동학 전쟁은 역사 전쟁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연상된다. 골치 아프다. 나는 최근 400페이지 분량의 동학 집필을 끝마쳤다. 제목은 '서른일곱 스토리텔러가 쓴 우리 동학(이하 우리 동학)'. 비교적 짧은 시간에 두 팔목이 부스러지도록, 코 아래 열꽃이 필 정도로 사력을 다해 치열하게 썼다. '대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학 교양서'를 목표로 전방위로 동학 성과물들을 검토했다. 동학(동학농민혁명 포..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인간 유형 네 가지 칼럼 : 인간 유형 네 가지 *첫 번째 유형: 제멋대로 사는 인간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를 세상에 내놓은 건 1948년이었다. 정확히는 단재 선생이 완고를 출간한 것이 아니라 유고집 비슷하게 후학들에 의해 출간되었다.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 일부는 조선일보에 먼저 선을 보였다. 그게 1931년, 일제강점기 때였다. 단재 선생이 이 글을 쓴 이유는 명명백백하다. 나라 잃은 국민들에게 민족 자주성과 정체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단재 선생은 뛰어난 사상가였다고 하지만, 요즘으로 치면 뛰어난 이야기꾼에 더 가까웠다. 무엇보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서설에서 역사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팍팍 꽂힌다. 한 번 보자.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사회의 '나我'와 '저들非我'의 투쟁이 시간.. 더보기
[나의‬ 글쓰기 이력기] ‪#‎나의‬ 글쓰기 이력기 나는 영특하지 못하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 배를 노력해야 겨우 조악한 결과를 낼 수 있을 뿐이다. 난 글쟁이다. 소설가 아버지를 둔 덕분으로 그런 쪽 유전자가 내려온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중고교 시절 단 한 번도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일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유는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선생들이 내 글을 바로 봐 줄 안목이 부족했던 거다. @필자가 대학시절 발간하거나 참여한 각종 인쇄물들 내가 글로 첫 성과를 올린 것은 대학 때 교지문학상을 받을 때였다.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휘청거릴 때, 나는 아버지들의 입장을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었다. 그걸 글로 썼다. 밤새워 하룻밤에 썼다. 당시 교지 편집장은 내 작품(?)을 뽑을까 말까 무척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언론 중심은 대체 누가 잡나 ‪#‎난감한‬ 아침-언론 중심은 대체 누구 잡나 아침부터 참 난감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국일보 대구본부가 발행하는 문화잡지 의 12주년 창간기념호(9월호) 내용 중 일부가 잡지발행도 전에 페이스북에서 먼저 오픈된 광경이 목도된 것이다. 1차적 잘못은 나에게 있다. 해당 외부필진이 엊그제 PDF 파일을 요구했고, 나는 용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새 시리즈니 소장을 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임의판단하고 PDF 파일을 넘겨줬다. 그런데 오늘 아침 페이스북을 열었다가 기가 막힌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예전 직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타사 중앙지 선배가 작가로서 우리 회사 시리즈에 참여했는데, 여느 작가와 직업정신이 남달랐다. 취재를 꼼꼼히 했고, 덕분에 우리 회사 사진부 선배와 차량 운전하시는 과장님과 나는 동..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문희갑과 여사장 #문희갑과 여사장 1. 나는 문희갑 전 대구시장(1997.7~2002.6)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기회가 없었다. 지켜봤다고 해서 잘 안다는 보장도 없지만,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를 조금이라도 파악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해서 조심스럽지만, 그는 내 눈에 흥미로운 인사로 보인다. 정치를 내려놓지 못하는 노객으로 보이기도 하고, 남들이 뭐라든 지역사회를 위해 마지막 사명을 다하려는 노련한 정객으로 보이기도 한다.나는 근자에 그를 두 번 맞닥뜨렸다. 한 번은 회사가 급히 주선한 자리에 끼게 되었고, 다른 한 번은 어제 국채보상운동 포럼에 참석해서다. 전자 때는 마주앉아 두 시간을 이야기했고, 후자에선 멀찍이 떨어져 그의 축사를 들었다. 앞서는 강의형식으로 2시간을 들었고, 뒤에는 20분간 짧지 않은 축사를 들..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골 때리는 일 #골 때리는 일 본질은 숨어 있는 것이다. 현상은 드러난 것이다. 숨어 있는 것은 간파가 어렵다. 드러난 것 역시 실상은 간파가 어렵다. 보고 해석하기에 따라 다름을 무수히 양산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뻔히 아는 이론과 동떨어진 경우가 다반사다. 드러난 현상이 다름을 우리는 곧 틀림으로 단정하는 우를 범한다. 그래서 타자가 있는 일들에게 충돌과 번민은 공공연하다. 인간세상의 필연이다. 기껏 세상살이의 내공을 좀 쌓은 이 정도가 본질과 다름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뿐이다. 하나 이들에게도 한계는 있다. 바로 인간 본질의 다름을 인지한다고 해도 현상이 틀림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설득에 착수한다. 그건 틀린 거라고 설명해야 한다.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경험칙‬ ‪#‎경험칙‬ 조선시대에 가뭄과 역병은 연례행사였다. 조선 백성들은 가뭄에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역병에는 나름대로 영민하게 대처했다. 역병이 돌아 감염되면 환자들은 인적이 드문 언덕배기로 자진해서 거주지를 옮겨 토담집을 짓고 생활했다. 옮겨갈 사정이 되지 않는 사람은 대문에 일정 표시를 해 멀쩡한 사람들에게 가급적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 아마도 경험칙에 따른 조치였을 것이다. '사람 잡는 중동 독감 메르스'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환자들이 거쳐갔던 공공장소는 여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모양이다. 어제 대구를 갔다가 지나는 길에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 가게에 들렀다. 제법 유명 맛집으로 알려진 이 가게는 절간 같았다. 주인장의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좀 민망하고 송구했다. 대구에서 유일..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오늘, 따져 묻는다(심보통 1979~) #[보통長話] 오늘, 따져 묻는다(심보통 1979~)동학東學은 골치 아픈 것이 분명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확장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학을 좀 알겠다고 작심하고 자료를 들여다 보면 조선사까지 아니 미칠 수가 없다. 동학이 태동(1860)하게 된 요인과 우리네 생애주기로 따져 한세대(30년) 뒤부터 연이어 벌어진 동학사건(공주집회, 삼례집회, 광화문복합상소, 보은금구집회) 그리고 1894년의 민란(2004년 정부는 앞으로 이 사건을 '동학농민혁명'으로 기억하자고 정리했다.)까지 모두가 민초들의 사건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조선을(특히 당시 생활사에 천착해) 읽다 보면 우리가 가진 아니, 내가 가진 조선의 상식이 무척이나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예컨대 근본적으로 조선이 정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