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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공연 리뷰

[에세이] 연상연하 커플을 위하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
 

#1.대학 1학년 때다. 친구녀석 하나가 위험천만한 연애놀음에 폭 빠졌다. 딴엔 스릴 넘친다는 강점이 있다지만 늘 조심스런 만남을 이어나가야 했다. 그의 상대는 두 살 많은 선배였다. 군에 가면서 이별을 했으니 거의 1년 정도는 사귄 셈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연상과 사귀면 챙겨주는 게 많고 모성애를 느낄 수 있어 좋다.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은 그에겐 일종의 옵션이었던 셈이다. 
 
30대 노처녀의 원초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삼순 양이 요즘 화제다.(이 글은 2005년에 쓰여졌다.) 드라마 초반과는 달리 그의 이름 앞에 '30대 노처녀'란 수식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단지 인간 김삼순 양에게 이삼십 대 여성들은 환호한다. 그의 상대 역시 연하다. 연상연하 커플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듯하다. 
 
#2.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에 따르면 남자들은 평균 2.5세 정도 어린 여자와 결혼하기를 희망하고 여자들은 3.5세 정도 위인 남자를 원한다. 전세계 37개의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다.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볼 때, 고구려 데릴사위제가 성행하던 때를 제외하곤 연상연하 커플이 자연스러운 적이 없었다. 

서울대 최재천 교수(사진)는 남자가 연상의 여인을 원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엔 쉽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에세이에서다. 여자가 나이 어린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연상의 여인을 흠모하는 남자들의 나이가 대부분 어리다는 점에 주목해 '수태적령기의 여인'을 찾는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현실 속에서 엄연히 만연해 있다. 사회가 변했고, 세인들 사고방식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그러니 색안경 끼고 볼만도 아니다. 사랑엔 국경도 없다는데 까짓, 나이 몇 살이 대수인가 싶다.

세상의 연상연하 커플이여,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