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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공연 리뷰

[에세이]'성격대로 살아가기'를 읽고

 정신과전문의 김정일씨가 쓴「성격대로 살아가기」는 그의 외모에 걸맞지 않게 강한 느낌을 준다. 이미 김정일이란 사람은「아하! 프로이트」라든지「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등으로 작가로서의 명성이 그의 본업 못지 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런 탓에 급기야 김정일을 정신과전문의로 생각하기보다는 작가 김정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그의 필체는 사람을 끄는 마력을 지녔다.

 또 그는 그의 외모만큼이나 섬세함을 지녔다. 김정일의 글들은 하나 하나가 여성스러워 꼼꼼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외모에 반항이라도 하듯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때론 강한 성격의 글들을 쓰기도 한다. 자신의 남성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성격대로 살아가기」가 아닌가 한다.


「성격대로 살아가기」는 그가 세인들을 만나면서 얻어낸 나름대로의 결과를 만족스럽게 여기며 내놓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이 책에서 타고난 성격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세상에는 수많은 성격의 소유자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은 극단적으로 두 가지 성격의 소유자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겠다고 명백한 전제를 제시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성격의 소유자들이 우주라는 큰집에서 공존한다. 이렇게 공존하면서 사람들은 타고난 성질 때문에 자신들과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적잖은 갈등을 겪게된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 그렇게 우리 사는 곱디고운 세상은 헤어날 수 없는 잿빛 케케한 회오리 속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 현실인냥 그냥 그렇게 내일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 가야하는 무미건조한 삶들을 살아가게 되는 건 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김정일씨가 제시한 그 두 가지란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의 삶을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격이란 타고난 성질이기에 고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굳이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보다는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외향적인 사람들은 남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허풍 섞인 말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정녕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기보다는 당장에 자신의 현실을 즐기는 형으로 불혹(不惑)의 나이에도 철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발전방향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반면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는 대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생각들이 不惑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한번의 실패를 맛보더라도 그 동안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고의 힘이 놀라워 재기에 성공할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는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차갈수록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넌 너무 덤벙거려서 탈이다' '넌 사내애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큰 일이다' 라는 걱정 어린 충고를 많이 받게 된다. 특히 우리들 삶 중에서 군인의 신분일 때 이러한 충고를 받는 것이 최고조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남자라면 군복무를 마쳐야지 어른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나, 세인들은 군대를 흔히 '사람 만드는 곳'이라고들 한다.


 사실, 군대에서 보다 나은 자기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들은 대단하다.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24개월이란 시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자기가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자신에 대해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구상해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임병들이 후임병들을 위해 '넌 군대에서 덤벙거리는 성격을 좀 고쳐서 사회에 나가라' 혹은 '넌 그 조용한 성격을 고쳐서 나가라'는 식의 충고는 남자들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그리고 계급사회라는 특수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그 힘이 생각보다 큰 것이어서 자칫 그런 충고를 해주는 이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위하는 최소한의 마음이라 할지라도 정작 그런 충고를 받는 본인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지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20살 나이면 나름의 생각이 있어 쉽게 꺾이지 않으려는 고집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선임병들의 충고를 무시하는 후임병들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자신의 타고난 성격대로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성격에 맞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본인들 스스로는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현시점에서 문제는 가장 이상적인 자기 삶을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과정에서 선임병과 후임병 간에 마찰이 생긴다면 그것은 내 본위의 성격을 찾기 위한 과도기 단계에 있기 때문이 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이든,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이든 간에 어쨌든 사람들은 '우리'라는 공동체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에게 맞지 않는 성격으로 살아가면서 마찰을 줄 일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자신의 성격에 맞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며, 그리고 자신의 성격에 맞게 살아가기 위한 과도기가 현재라는 것과 이 과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이상적인 삶으로 빛나게 될 것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작「성격대로 살아가기」를 통해 간과할 수 없었던 하나는 진정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한 인격체로 살아가는 동안 성격의 좋고 나쁨은 단지 충분조건이요, 진정 내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단연 필수조건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1998년에 발간된 책이니, 벌써 10년도 넘은 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