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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공연 리뷰

[영화] 7번방의 선물 관람법


#<7번방의 선물> 관람법
최신 개봉작 <7번방의 선물>은 시종 관객을 흐느끼게 만든다. 여기저기서 '흑흑'댄다. 연인과 부부가 관람할 계획이라면 남자는 손수건을 필히 챙기는 게 좋다. 그만큼 감정선을 적재적소에 때린(건드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다. 


물론 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더군다나 현실성이 대단히 떨어지는 영화다.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감방으로 초등학생 1학년쯤 된 아이가 숨어든다! 이 엉뚱한 발상이 <7번방의 선물>을 낳았다. 나중에는 교도관들까지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공범이 된다. 하여 아이는 집 대신 감방에서 얼마간씩 생활한다. 한 마디로 넌센스인 영화다.


그런데 영화란 무릇 넌세스여도 좋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는 애오라지 관객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들이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 추켜세워도 관객이 들지 않으면 그 영화는 좋지 못한 영화가 되는 게, 대중영화의 셈법이다. 


일단의 무리가 시사회 이후 좋은 평가를 주지 않아도 관객이 몰리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이다. <7번방의 선물>은 개봉 이틀 만에 40만 명을 몰이한 '기이한 영화'다. A급 주연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고, 현실과 괴리된 스토리를 갖고도 개성 넘치는 조연들을 지렛대 삼아 관객들을 들었다 놓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A급 배우 주연=흥행 보증'이란 규격화된 공식을 시원하게 날렸다는 데서 롱런하면 좋을 영화다. 조연급 연기자들만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넘김으로써 영화판의 빈익빈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실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는 먼저 공개하면 김빠지는 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변죽만 좀 울리면, 나는 <7번방의 선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우리사회가 범죄자라고 못박은 저들이 실제로도 더 인간적일지도 몰라'라고.
물론 나의 이 같은 생각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 그들에게 호시각을 일반화하면 아니 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장 후보 문제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어느 동네 모모씨의 자살, 그리고 안 봐도 비디오 일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비위행위 폭로 등을 생각하면 누가 누구더러 범죄자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의 삶이 더 행복한 삶이고, 더 나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퍽, 그리고 절절하게 들기 때문이다. 

인간은 세상만물에게서 배우는 동물이다. 이 말의 함의는 대단히 무섭다. <7번방의 선물> 같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보고 웃다가 울면서 '이웃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헌재소장 후보를 보면서 육두문자로 일성을 가한 뒤 '저런 양반도 저러고 사는데, 내가 뭘!'하면서 자신의 비위행위를 애써 정당화하려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반면교사라면, 후자는 아전인수이고, 자가당착인 셈이다. 

이 영화에는 류승룡(용구), 박신혜(큰 예승), 오달수, 김정태 같은 익히 알려진 인물말고도 주목할 만한 신인이 두 명 등장한다. 한 명은 어린 예승 역을 맡은 갈소원 양이고, 또다른 한 명은 어린 예승의 스승 역으로 등장하는 정한비 씨다. 

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은 갈소원 양에 의해 자극되고, 솟구친다.
정한비 씨는 포항 출신으로 생김이 분명하고,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어른들 눈에는 며느리 삼았으면 하고 좋아할 인상이다. 참고로 정 씨의 부친은 포항시의 공직자라고 한다. 머지않아 딸 잘 둔 덕 보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사족 둘. 이 영화 장르가 범죄코미디이긴 하지만 폭력과 욕이 일상화되어 있다. 나는 <라디오 스타(2006)>를 새천년 들어 그 중 착한 우리 영화로 꼽는다. <라디오 스타>에는 욕과 폭력이 없다. 그러면서 심금을 울린다. 

사람을 감동케하는 일에 재미와 감동라는 명분으로 욕과 폭력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을까. 저급한 대사와 액션으로 2000년대를 평정해 온 한국영화의 그 중 큰 죄는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대단히 무감각하게 망쳐놓았다는 데 있다.

또 하나 사족은 <7번방의 선물>은 올케(제대로) 쓰려면 <7번 방의 선물>이라고 해야 한다.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중영화일수록 맞춤법과 띄어쓰기 하나하나에 신경써야 한다. '7번방'은 '논밭', '눈물', '새해', '봄바람'과 같이 복합명사로 간주해 쓰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7번 방'으로 띄어쓰는 게 옳다. 

예컨대 '나는 7번 독서실에서 공부한다'라고 쓰지 '나는 7번독서실'에서 공부한다고 쓰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마찬가지로 '나는 7번 퇴학 당했다'라고 쓰지 '나는 7번퇴학 당했다'라고 붙여쓰지 않는다. 


<7번방의 선물>은 이런 것들을 감안해 보아야 봐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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