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검색창에 '라디오 스타'라는 키워드를 쳐넣으면 예능 프로 '라디오 스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우스로 스크롤바를 쭉 내리면 또다른 '라디오 스타'가 나온다. 영화 '라디오 스타'다.
어느새 5년 전 얘기다. 욕설이 난무하는 한국 영화판에 참 '착한' 영화가 개봉됐다. 그게 라디오 스타다. 욕설을 거두고 따뜻한 스토리로 시종 이목을 끌더니, 종래는 기어이 관객으로 하여금 꺼이꺼이 목놓아 울게 만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와 당장 감상평을 써놓았다. 오랜만에 다시 라디오 스타를 감상했다. 5년 전 그 느낌으로 누리꾼들을 안내한다.
어느새 5년 전 얘기다. 욕설이 난무하는 한국 영화판에 참 '착한' 영화가 개봉됐다. 그게 라디오 스타다. 욕설을 거두고 따뜻한 스토리로 시종 이목을 끌더니, 종래는 기어이 관객으로 하여금 꺼이꺼이 목놓아 울게 만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와 당장 감상평을 써놓았다. 오랜만에 다시 라디오 스타를 감상했다. 5년 전 그 느낌으로 누리꾼들을 안내한다.
#1. 영화 '라디오 스타'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프로 정신'이고, 둘은 '인간미'다. 일상 속에서 문득 '나는 어떤 구성원인가'란 물음이 생긴다면, 불현듯 인간내를 흠씬 맡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극 중 88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프로라는 것이다. 다만 가수와 매니저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프로가 내뿜는 포스만 다를 뿐이다.
한물간 최곤은 약간은 재수없다. 구가할 인기도 없는 게 폼만 양껏 잡는다. 최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노래뿐이다. 담배를 피울 때도 매니저 박민수를 향해 "형, 담배", 불을 붙일 때도 "형, 불"한다.
최곤의 손은 박민수 앞에서만은 늘 고귀한 것이다. 함불로 놀려선 안 될 것이다. 어쩌다 왕년의 팬을 만나 사인할 때만 애써 놀려 봄직한 것이다. 심지어 자장면을 먹을 때도 최곤의 손은 아껴야 할 것이다. 박민수는 추억의 스타를 위해 언제나 간자장을 열심히 비빈다. "가수왕 먼저 드시고."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사실 영화 감상 중엔 최곤이 프로 의식이 투철한 가수라는 점은 쉬이 납득하기 힘들다. 러닝 타임 115분 내내 관객의 시선은 박민수의 말과 행동에 사로잡힌다. 박민수야말로 프로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우리 삶의 모범이 될 수는 없다.
#2. 이 영화 초반부는 좀 재수없다. 아니, 88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이 매너저 박민수(안성기)를 종부리듯 하는 모양새가 꼴같지 않아 최곤가 재수없다. 가장으로서 빵점인 박민수도 일면 재수없기 마찬가지다. 박민수는 남편으로서, 아비로서는 빵점이다. 영세한 김밥집을 운영하는 그의 아내는 늘 어둡다.열살배기 딸아이의 그림엔 엄마만 있다. "아빠도 그려 넣어 줄래." 딸아이에게 아빠의 얼굴을 그려달라 부탁하는 프로 박민수다.
그렇다고 박민수가 극 중에서 20년 동안이나 물심양면 최곤을 떠받들고 살아온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관객들도 알 수 있다. 우리네 삶에서 프로가 곧 팔방미인을 뜻하지 않아야 할 소이(所以) 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최곤의 프로정신은 88년 가요계 제왕이 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대마초 스캔들까지 조목조목 언급해야 '아~ 그 사람' 정도로 인식할 수 있는 오늘에까지도, 그의 건방져 보이는 모습이 프로다운 것인지는 관객이 머문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수와 매니저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 서보지 않거나 헤아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응당 그의 행동이 프로정신에서 나온 것이란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3. 하나 영화 스토리에 천착하면 최곤과 박민수는 찰떡 궁합이다. 한심해 보이기는 그 둘이 관객으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들고, 눈물을 쏙뺀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재주는 응당 안성기, 박중훈이 연기파 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수와 매니저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 서보지 않거나 헤아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응당 그의 행동이 프로정신에서 나온 것이란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3. 하나 영화 스토리에 천착하면 최곤과 박민수는 찰떡 궁합이다. 한심해 보이기는 그 둘이 관객으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만들고, 눈물을 쏙뺀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재주는 응당 안성기, 박중훈이 연기파 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디오 스타의 두 번째 키워드 '인간미' 역시 위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최곤의 인간미와 박민수의 그것, 그리고 주변인의 그것이 제 각각이다.
최곤의 인간미는 정적이라면 박민수의 그것은 동적이다. 다방 아가씨나 자장면 배달부, 대폿집 아이의 그것은 정중동(靜中動)이라 할 수 있다.
최곤은 꼭 딸깍발이 선비를 닮았다. 그 시절 스타가 가졌어야 할 덕목인 냥 그렇다. 당장에 밥 벌이가 궁색한 판에 "형, 내가 꼭 영월 촌동네 가서 디제이나 해야겠어."- 당연한 듯 말한다.
영월에 가서도 뻣뻣한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게 스타의 자질이고, 프로정신인 것이다. 적어도 88년도 가수왕 최곤에게는 그렇다.
반면 박민수는 딸깍발이를 모시는 노련한 종쯤 된다. 함께한 세월이 오랜지라 배곪은 최곤의 마음 쯤은 훤히 꿴 그다. 하여 최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또 자신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의 인간미가 동적인 것은 관객에게도 별미가 된다. 말 한마디에 관객은 실소를 터뜨리고 만다. 자리, 시간 불문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빅가수 최곤입니다."를 빼놓지 않는다. 지질해진 최곤인데도 말이다.
#4. 강원도 영월의 다방 아가씨. 이 아가씨는 깜짝 반전 인물이다. 한 없이 가벼워 보이는그녀가 실은 깊은 슬픔의 소유자인 것. "돌아오세요. 아빠"라고 오열할 때, 관객 또한 눈물과 콧물을 닦는다. 울음샘을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이다. 감성 공유의 결과다.
마지막으로 극 중 주변인들의 인간미는 정중동이다. 가볍지만 무게가 있다. 다방 아가씨의 가벼움은 집 나온 사연이 방송을 타면서 무게감을 얻게 되고, 집나간 아빠를 둔 대폿집 아이의 밋밋함은 "돌아오세요. 아빠"를 울먹일 때 무게감을 얻는다. 주변인들의 진솔한 자기 목소리는 기어이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장황한 설명이었지만 라디오 스타가 볼만한 영화인 이유는 프로정신과 인간미뿐, 어느샌가 한국영화의 흥행 요소로 자리한 섹스, 폭력, 욕설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프로정신은 우리 삶에 반영하면 좋겠고, 인간미는 우리 주변에 널리 발산했으면 좋겠다. 라디오 스타를 보지 않았다면 이 두 가지를 배우겠다고 봤으면 좋겠고, 이미 봤다면 이 두 가지를 실천하려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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