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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에서 본 한양

[심지훈 문화칼럼] 재미있는 금줄 이야기


금줄있잖아요. 그 옛날 아기를 낳으면 걸어두었던. 이 금줄에 관한 새로운 얘기를 접했는데, 재미 있어 남겨 봅니다.

금줄의 재료가 짚인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짚으로 새끼를 꼬아 사내를 놓으면 숯과 고추를, 계집애를 놓으면 숯을 걸어 두잖아요. 그런데 의료시설이 전무했던 그 옛날, 산모 등에 깔린 것이 이불이 아니라 짚이었다고 합니다. 짚이 보온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외할머니 생전에 겨울이면 장독마다 짚을 둘러치던 이유를 몰랐는데, 비로소 이해가 가네요....

또 하나 금줄은 새끼를 꼬울 때 왼쪽으로 꼰다고 하네요. 마늘을 재어놓는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새끼는 오른쪽으로 꼬고요. 이유가 재미 있어요. 귀신은 왼손, 왼쪽을 싫어한다는 옛말에 따른 것이라는데, 왜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는 거짓말 같은 얘기는 종종 들어보셨지요?

주검이 벌떡 일어나는 데도 이유가 있다는 데, 옛말에 따르면 고양이가 송장집 굴뚝으로 들어가면 송장도 벌떡 깬데요. 재수 없어서. 그런데 이때 다시 송장을 눕히는 방법이 딱 하나가 있데요. 바로 귀신이 싫어하는 '왼쪽'으로 엎어쳐 눕히는 방법!

한편 새끼 줄에 거는 고추는 사내를 상징하는 것일 테죠. 엊그제 뉴스에서 고추축제를 하는데, 실제 그것 모양을 한 고추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숯은 세균효과가 있는 것인데, 숯은 요즘도 냉장고 안 냄새 제거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요.

그러고 보면, 금줄은 집안 경사를 알리는 동시에 집안에 우환이 있는 사람, 부랑자, 거지, 몸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접근금지령'을 선포한 조상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맹자가 많았던 그 옛날에는 오늘날 '초보운전입니다' 같은 글씨를 알아먹을 사람이 많지 않았을 테니까요.

금줄은 요즘 들으면 참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법 중 하나는 관혼상제부터 제대로 공부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참고어>>>
          대추: 가시가 많아 액운을 물리쳐 집안에는 잘 심지 않는 나무. 제사 때 조상이 찔리까봐.

          빨랫줄: 제사 때는 빨랫줄을 걷어낸다. 조상이 들어오다 걸릴까봐.
          복숭아나무: 봉숭아나무는 귀신을 쫓는다 하여 무속이들이 굿할 때 사용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