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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사회학

[심지훈 희망칼럼1] 안녕! 여산 형이야. 얘들아, 안녕. 여산(如山.사진) 형이야. '이 뜯보잡은 또 뭐냐'는 식으로 고깝게 보진 말아. 일단 형 얘기 들어봐. 재밌을 거야. 니들한테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거야. 이래뵈도 형 무지 바쁜 사람이다. 귀한 시간 쪼개 [20대에 고함]을 연재하는 거니까. 어투는 좀 거부감이 들 수 있어. 니들이 성인인데, 일면도 없는 인사가 반말 끼적끼적 하니까. 그래도 니들 개콘에 나온 '동혁 형이야!'는 좋아했잖아. 교감(交感) 위해 이 투를 사용하는 거야. 우선 형 소개부터 할게. 형은 목동에 살어. 닷새 전에 이사 왔다. 나이는 서른 셋. 30대 서울을 기반으로 전국을 잡아 먹고(?), 40대엔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저짜 저 경북 김천 직지사 밑에서 4개월쯤 어무이 해주시는 귀한 밥 먹고.. 더보기
[인문] '옛날 신문을 읽었다'를 읽고 복잡한 우리나라 정치 이야기를 제하고 나면 최근 뉴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만원 권 지폐의 가치가 경제 규모의 거대화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십 만원 권 수표가 과거 지폐 단위의 최고 단위였던 만원권을 대신한다. 그에 따라 더 큰 단위 화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는 기사다. 이와 비슷한 기사를 하나 찾았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60년대 경제 사정은 오늘날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 면에서 그 시절의 소박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내 잔잔한 미소는 옛 사람들에 대한, 우리 어버이들에 대한 동경에서인지도 모른다. 그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입에 풀칠하는 것에 감사하며 오순도순 살았을 우리 어버이들의 절약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지 않겠는가도 새삼스레 생각하게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감, 곶감, 홍시에 이렇게 깊은 뜻이! #. 지난주말, 작은아버지께서 단감을 한아름 가져다 주셨다. 누님이 그것들 중 제일 실한 걸로 하나 쥐어들고선 장난스럽게 "감 잡았어!"라고 외쳤다. 내가 별반응을 보이자 않자, 겸연쩍었는지 배실거리며 부엌으로 꽁무니를 뺐다. "감 잡았어!"의 감은 당연히 가을 거리를 예쁘게 수놓은 볼그레한 감(persimmon)이 아니다. "감 잡았어!"의 감은 느낌(感), 그러니까 어떤 일에 이해가 가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신호다. 자각의 표현인 것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감 잡았어!"는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 유행해 관용어가 됐다. 그런데 "감 잡았어!"의 감과 먹는 감은 제법 어울림이 괜찮다. @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감 잡았어!"의 감과 먹는 감은 엄연히 다른 감이다. 하나 오묘하게도 먹는 감에 숨겨진 ..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행복해지고 싶다구요? 19세기 제레미 벤덤의 공리주의는 하나의 종교로 치부됐죠.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해서였습니다. 벤덤의 '입법론(Treatise on Legislation)'을 접한 밀은 '웨스트민스터 리뷰(Westminster Review)'지를 통해 그의 복음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죠. '유년시절 친구' 제임스 밀(=밀의 부친. 밀은 어려서 그의 아버지로부터 철저하게 철학(정치·경제)교육을 받았다.)과 데이비드 리카도 등과 함께 말입니다. 벤덤의 공리주의는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행복'으로 요약되죠. 벤덤의 이론에 의하면 쾌락의 양만 같다면 고스톱을 한 판 치는 것이나 시를 한 수 감상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 3~4년 전에 써놓은 글인데, 요즘 하도 죽겠다는 사람이 많아 끄집어내 봅니다...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박원순의 선택과 사회불평등론 1980년대 중반, 단과대학의 세분화는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대학의 백화점화가 시작된 것이다. 단조로운 대학에서 복잡한 대학으로 변한 것. 이 변화로 대학은 일대 혼란에 휩싸인다. 동시에 구성원의 격분을 불러일으킨다. 혼란은 복잡함에 기인한 것이고, 격분은 나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요즘 학과의 나열은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20년전 만해도 이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당시엔 행정상 학과의 나열은 설립년도를 기준하기도 했고, 담당자의 마음대로 순서를 정하기도 했다. 어떤 규칙과 질서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다 과가 세분화되면서 어떤 식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게 가나다 순의 정렬이었다. 필시 행위자는 일목요연하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여겼으리라. 하나 이 방식은 의외의..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땡 다섯시의 추억을 아시나요? 초등학교 때, 땡 5시(오후)면 어김없이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그러면 복도에서든, 수돗가에서든, 운동장에서든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했다. 그게 싫어 나무 뒤며, 모퉁이며, 바위 뒤에 숨어있다가 선생님한테 걸려 뺨 세례를 받았다. 그 추억은 여태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 며칠 전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봤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두고 법정공방까지 불사했던 문제의 그 영화가 내 눈에는 무난해 보였다. 한편의 코미디로 감상하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백윤식과 한석규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어 보였고, 조연들도 약방의 감초역할을 제대로 해 낸 것으로 보였다. 영화 전반에 대한 내 나름의 평이라면 평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껏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버스가 정류..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대구 서구청장 오판의 변 #. 약간 쪽팔린다. 요즘 대세 꼼수 주진우 버전으로 하면 "부끄럽구요~"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경북 유력지 전직 기자로, 대구 서구청 전 출입기자로, 대구 서구청장 판세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점이 쪽팔리고, 부끄럽다. #. 가장 무난한 전망세를 내놨더라면, 그러니까 한나라당 후보 강성호가 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판세를 전망했으면 결과를 맞추기는 했을 것이다. 하나 그건 하나마나한 판 읽기다. 한나라당 텃밭에서 한나라당이 지는 게 이상한 거다. 되레 다른 당 후보 혹은 무소속 후보가 이기는 게 역사를 쓰는 것이고, 주목받을 일이다. #. 심정적으로나, 인물 면에서나 친박연대 신점식이 월등히 낫다는 생각에서 나는 한발짝도 물러날 생각이 없다. '박근혜 바람, 대구 서구엔 안 분다(http:..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박근혜 바람, 대구 서구엔 안 분다 #. 나는 대구 서구청 출입기자였다. 오늘 10.26 보궐선거날을 맞아 서구청장 당선을 감히(!) 점쳐본다. 이미 내 답은 제목에 나와 있다. #. 10.26 보선을 이야기하기 앞서 돌연 사표를 던진 서중현 전 서구청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서중현 전 청장을 여느 기자보다 유심히 관찰했다고 자신한다. 유심하게 관찰할 필요성이 출입기자인 나에겐 마땅히 있었지만, 그의 성품이 나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 분, 재미있는 분이다. 웬만해선 자기 생각을 얘기하지 않는다. 상대로 하여금 은근히 오기를 발동케 한다. 내가 그의 깊은 생각을 듣기까지는 근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 그는 파란색(한나라당) 일색의 대구에서 무소속 깃대를 꽂고 서구청에 입성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7전8기가 아니라.. 더보기
[시집] 동갑내기 시인의 죽음 가을비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이따금 나는 한 시인을 떠올린다. 샛노란 단풍과 울긋불긋 낙엽이 을씨년스레 길바닥서 이리저리 나뒹구는, 6년전 그런 날 나는 붉은색 표지의 시집을 품에 안고 신문사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은사께 졸라 대구 교보에서 선물(?)받았다. '분홍색 흐느낌.' 시집 제목이다. 저자는 신기섭. 1979년생. 경북 문경서 태어났다. 2002년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2005년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스물 여섯의 나이다. 기특하다. 그런데 이 사람 하늘나라에 있다. 2005년 12월 4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다. 시인은 죽음을 예감했다. '눈이 많이 온다는데 새벽에 출장… 무언지 모를 불길한 기분… 옥상에 쌓이는 눈은 나 아니면 아무도..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전봇대의 진짜, 돼지감자의 가짜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1970년대 미모의 통기타 가수 이연실이 부른 '목로주점' 후렴구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때문인지, 79년생인 내가 들어도 참 좋은 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그때 그 시절, 목로(木壚)를 깐 주점이 눈에 선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흙바람 부는 벽 한켠서 그네 타는 삼십촉 백열등을 떠올리노라면, 샛노란 단풍과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인 가을이 연상됩니다. 꼭 요즘같죠. 하나 목로주점엔 슬픈 시대상이 구구절절 흐릅니다. 그래서 애달프고, 애처로운 마음이 듭니다. 70년대, 너나가 참 못 살았죠. 못 살았으니 잘 못 먹었죠. 시골 사정은 더 열악했습니다. 삼십촉 백열등, 언감생심이었죠. 호롱불도 밝히기 힘든 집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새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