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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박스T4-문화] 라면의 탄생

[알림] 이 이야기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쓰여졌다. 교육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자료일 것이다.

#. 라면 탄생 스토리

 

'처음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필시 나를 두고 한 말일 게다. 내 이름은 '라면'. 1963년 9월 15일생. 
내 탄생은 정말이지 초라했다. 가냘픈 몸매(중량 100g)에 빈티 나는 주황색 옷을 걸쳤다. 그런 내 몸값은 당시 고작 10원. 반기는 이 하나 없었다. 내 이름 속의 '면'을 무슨 섬유나 실의 명칭으로 생각하는 사람조차 있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당히 거리로 나갔다. 역, 극장 앞, 공원에서 무료로 나를 맛보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내 진가를 알아봤다. 나는 금세 유명해졌다. 
처음엔 내가 잘났기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내가 유명해진 데는 박정희 대통령의 공이 컸다. 
박 대통령은 1965년 극심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정책'을 폈다. 
나는 그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값도 저렴한데다, 영양도 풍부해 한 끼 식사용으로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요즘 ‘K-POP’이 해외로 쭉쭉 뻗어나가 ‘원조 한류’로 평가받지만, 실은 내가 원조 한류다. 69년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등 세계 60개국에서 나를 맛보길 원했다. 
나는 요즘 문자 그대로 '불티나게' 팔린다. 연간 38억 개. 자그마치 1조400억원어치다. 내 끝이 창대하리라는 걸 확신하는 이유다.
/영남일보 연재물 [지식박스] '라면'(
2007 3월 21일자) 각색


#. 박찬호와 나

내 자랑을 좀 더 하면, ‘코리안 특급’ 박찬호(38)가 바로 나 때문에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거다. 
그동안 꽁꽁 숨겨온 속마음을 지난 1일 첫 방송된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 출연, 털어놓았다. 
진행자 주병진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박찬호는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야구부가 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야구부에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관중석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기분 나빴다. 나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다는 게 왜 웃기지. 내 눈에는 정작 나 없으면 못 살 것들 천지두만!
박찬호는 이날 대한민국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되기까지의 어려움을 비롯해 부인 박리혜 씨와의 러브스토리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위트 있게 풀어갔다. 

#. 21세기 ‘미인’ 쟁탈전

나는 요즘 마치 중국의 양귀비가 된 듯한 기분이다. ‘꼴랑’ 10원하던 내 몸값은 이제 1천원. 48년 동안 내 몸값이 1천배나 뛰었다는 말씀!(흐뭇~ 흐뭇~ ㅋㅋ) 
이제 내 고유색과 맛에서 확장, 하얀 국물인 내가 대세. ‘나가사끼 짬뽕’과 ‘꼬꼬면’이 쌍두마차로 라면시장을 무섭게 점령하고 있다.
그 과정서 촌극도 벌어진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신라면이 나가사끼 짬뽕과 한 판 붙은 것. 서로 더 팔렸다고 우기는 지경까지 온 거다. 

2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삼양식품 ‘나가사끼 짬뽕’이 지난달 한 대형마트의 매출 경쟁에서 ‘신라면’을 제쳤다는 발표를 놓고 농심(004370)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전체 매출이 아니라 ‘5개입 번들’ 제품 매출만 비교했으므로 공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일반소비자들이 라면을 구매할 때 ‘5개입 번들’ 제품을 주로 선택하는 만큼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쯤에서 한 마디 해 주지. 
아주 그냥 지랄들을 해욧!

#. 신라면 블랙 퇴출 스토리

이건 내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공과功過를 만천하에 공개토록 해 사후死後 더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처럼 나도 ‘깔때기’만 대지 않기로 했다.
라면의 신화가 될 뻔한 '신라면 블랙'을 기억하시는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 '판매 대박'을 터뜨렸던. 하지만 ‘신라면 블랙’이 졸지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왜 인지 아나?
요건 제조사인 농심이 장난치다 소비자에 된통 당한 결과다.
조금 고상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라면 같은 가공식품은 어떤 성분과 재료로 어떻게 가공했는지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이처럼 제조회사와 소비자 간 정보의 불균형 현상을 ‘정보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농심은 소비자들의 정보 취약성을 이용해 신라면 블랙에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매겼다가 스스로 덫에 빠진 셈이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 있다는 광고를 믿고 일반 라면의 2배 값을 기꺼이 지불했던 소비자들은 그 광고가 과장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발표에 분노했다. 
‘꼬꼬면’이라는 우월한 대체재가 느닷없이 등장한 것도 불운이었다.
매일경제 [NIE] 신라면 블랙 대박과 퇴출…그 뒤에 숨은 경제학/ 이창훈 금융부 부장대우)


#. 신新 라면 황제 ‘꼬꼬면’

@출처=조선비즈
요 며칠 사이 내 기사가 많이 다뤄졌다. 사실 나의 인기는 한동안 시들했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농심·삼양식품·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업체의 총 판매액은 POS(판매시점관리) 데이터 기준으로 약 1조3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한 수치로 뒷걸음질치던 시장상황이 반등한 것이다. 
라면 4사(社)의 2010년 총 판매액은 1조6433억원으로 2009년(1조7113억원)보다 4.0% 줄었다.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된 것은 지난 8월 2일 출시된 한국야쿠르트 ‘꼬꼬면’의 인기가 결정적이었다. 
꼬꼬면은 4개월 만에 6천950만개(봉지면 6000만개·용기면 950만개)가 팔렸다. 이에 따른 매출액이 자그마치 502억6천500만원이다. 
꼬꼬면의 인기몰이에 삼양식품 ‘나가사끼 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 하얀 국물 라면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라면시장 전체 ‘파이’가 커졌다. 
한국야쿠르트측은 “기존의 얼큰한 맛 라면시장에 꼬꼬면을 앞세운 ‘담백하고 칼칼한 맛’ 라면시장이 새로 열리면서 전체 시장규모가 커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구감소와 인스턴트식품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 변화로 위축된 라면시장에 꼬꼬면은 흡사 9회말 2사 만루 상황서 등판한 야구계 최고의 구원투수 ‘오승환’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