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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박스T6 문화] '힘 불끈' 장어


#'힘 불끈' 장어 이야기-인트로
오늘 점심 때 장어를 먹었다. 경기도 안양 방면 관악산 등산로 하산 코스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다. 작년 여름에 가보고, 얼마 전에 형님이 장어 생각이 난다고 하기에 오늘 간 것이다. 


장어는 남성들의 스태미나(stamina)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아직 기력을 이유로 챙겨먹을 만큼 아쉽지도 않을 뿐더러, 기름진 음식이라 많이 먹지도 못한다.


그래도 작년 여름 이곳에서 먹은 장어는 내가 먹어 본 장어 중 최고였다. 

형님의 요구도 요구지만, 때마침 (엊그제 소개한 신간) <한중일 밥상문화(http://masilwa.tistory.com/83)>를 뒤에서부터 읽다가 장어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 역시 입에 군침이 돈 터였다.


우리는 언제부터 장어를 즐겨 먹었을까? 언제부터 정력제의 으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을까? 장어는 꼬리 부분이 그 효과가 제일 좋다는 데 사실일까? 실제 장어는 우리 몸에 왜 좋을까? 그런 궁금증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한중일 밥상문화>에는.


이 책에 따르면 장어는 일본에서 대중화된 음식이다. 대중화되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장어가 대중화된 데는 일본에서 발전기를 발명한 히라가 겐나이 박사의 역할이 컸다. 

#장어가 대중음식 된 이야기

어떤 사람이 장어가게를 열었는데, 담백한 음식을 즐기던 일본인들에게 기름진 장어는 인기가 없었다. 

파리만 날리던 식당을 보면서 주인은 울상이 됐다. 이 식당 단골이었던 히라가 박사에게 주인이 물었다. 

"대박날 방법이 없을까요?"

"여름 더위를 이기는 데 장어만한 것이 없다고 선전하세요." 

이 마케팅이 먹히면서 장어가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실제 일본 고전 요리책 <만엽집>을 인용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에는 장어가 좋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중국에선 8세기경, 유럽에선 6세경부터 애용

장어가 애용된 역사는 깊다. 


중국에서는 8세기부터 영양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유럽은 이 보다 2세기 앞서 전역에서 사랑받았다. 


독일인은 여름별식으로 장어 수프인 '아르스페'를 먹고, 영국인은 스태미나 음식으로 장어젤리를 즐긴다. 또 프랑스인은 장어샌드를 좋아한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딱히 장어를 정력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인식은 유독 우리 국민만이 가지는 것 같다. 

#'장어하면 힘' 왜?

여기에 관해서 저자는 두 가지로 해석한다.


첫째는 바닷장어의 신비로운 산란과정이 '장어=정력' 신화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장어는 산란기가 되면 수십 킬로미터를 헤엄쳐 산란지에 도착한다. 그 기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거침없이 헤엄친다. 산란지에 도착해서는 수천 미터가 되는 해구에서 산란을 한다. 


신비로운 사실은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느냐는 것이고, 장어 알이 엄청난 수압에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건 아직 과학적으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를 근거로 장어의 힘은 꼬리에 있다는 믿음이 장어 애호가들에게는 견고하게 심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이 같은 바닷장어의 신비성에 보태 그와 유사한 뱀의 성적 능력이 보태어져 장어 신화에 결정판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뱀은 약 3일 동안 쉬지 않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의 논리는 전혀 터무니없지 않다. 바닷장어의 별칭이 '뱀고기'인데는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 게 저자의 탐구결과이다.

#장어 꼬리가 그중 낫다, 아니다 

하나 장어를 즐겨 먹는 일본인들은 꼬리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몸통을 즐겨 먹을 뿐이다. 실제 꼬리가 몸에 더 좋다는 건 속설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장어가 정력에 좋다는 속설은 어떨까. 일단 장어의 효능부터 보자. 그러려면 장어의 체내성분을 알아야 한다. 

쉽게 민물장어를 구울 때 불길이 좀 간 장어 비늘 부분을 집게<사진 참조>로 짚으면 끈적끈적한 게 묻어나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게 뮤신이라는 성분인데, 뮤신은 탄력적인 피부를 만드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뮤신은 또다른 보양음식 재료인 미꾸라지, 정력제의 다른 아이콘 홍어, 산후조리의 으뜸인 미역에 버금가는 효능을 지닌 가오리 등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뮤신은 불포화지방으로 살찔 걱정 없이 단백질 흡수에 용이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 활동을 왕성하게 도움으로써 혈관의 수축과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뮤신을 포함하는 식재료는 끈적끈적한 무엇이 실제 정력 강화도 관련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걸 곰곰이 따져보면 동기상구(同氣相求) 이류보류(以類補類)라는 한의학 원리가 음식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이 주체하기 힘든 힘을 어찌할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