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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박스T5-문화] 소주 스토리

# 맞춰봐. 내가 누구게~ 
대학교나 회사에서 MT를 가면 나로 시작해 내 친구로 끝을 맺지.
눈치챘어?  
 
안녕, 나는 라면 친구 소주라고 해. 내 친구, '라면 탄생 이야기'가 여기서 대박을 터뜨렸더만. 근데 인기로 치면 나도 만만치 않아. 유유상종이잖아.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시작할게. 라면만큼 재밌으면 '좋아요'를 사정없이 꾹 눌러줘야 돼. ~

나는 대개 녹색옷을 입고 있다. 옷의 재질은 유리.
허리춤엔 '소주'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머리엔 동그란 모자를 썼고. 예전엔 철로 만든 모자를 썼지만 너무 무거워 갈아치웠다. 지금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모자를 꾹 눌러 쓴다.

그런 내 몸은 투명한 액체다. 녹색옷에 360㎖의 액체가 옹골차게 찼다.
나는 옷을 벗으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금세 증발해 버린다. 투명인간이 되는 게 아니다. 공중 분해된다. 

어린애들은 나를 '물'로 본다. 우습게 본다는 말이다. 그러다 내게 큰 코 다친 녀석이 여럿이다. 나는 의외로 고약한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인간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다. 독(毒)아니면, 약(藥)이다.

나의 쓴맛을 제대로 본 사람은 나를 독이라 지탄한다. 반대로 나와 적절히 어울려 본 사람은 약이라 칭찬한다. 누군가에 의해 내가 규정되어지는 게 탐탁지 않다. 그럼에도 한 가지 위안되는 게 있다. 식을 줄 모르는 나의 인기..ㅋㅋ

지난해 나는 1억848만 상자나 팔렸다. 2005년에 비해 680만9천 상자 더 팔렸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부럽지 않다. 나는 요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소회를 밝히자면, "(인간들이) 마음껏 사랑하시되 적당히 즐겼으면 한다"는 것이다.
/영남일보 지식박스 2007년 3월 14일자 게재  

# 아, 이 놈에 인기!

적당히 좀 마시리니까, 4년전이나 지금이나 이 놈에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욧!
으~따 올해도 주류판매 부문에서 단연 1등 먹었다. 심지어 편의점 매출 상위 20개 품목 중에선 6개가 나이거나 내 사촌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국 16개 시·도의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벌인 주류 섭취량과 실태를 조사에서 소주를 가장 많이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6.3%가 소주를 마셨다. 이어 맥주(20.8%)·포도주(2.9%)·탁주(2.6%) 순이었다. 

이들 중 94.6%(297명)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을, 22.6%는 양주와 맥주를 섞은 ‘양폭’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 조사결과, 한 차례 술자리에서 마시는 폭탄주의 평균양은 ‘소폭’이 4.1잔, ‘양폭’은 4.6잔이었다.
 

그런데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 하냐, 불행이라고 봐야 하냐. 결국 서민이 어려워 나를 찾는다는 분석이 주류主流다. 주류酒類말고!

# 내 인기 비결은 바로 미인美人 마케팅
하나 나는 이의를 제기한다. 내 인기 비결에 대한 분석 말이다. 
좋다. 불경기일 때 내가 더 사랑받은 건 인정한다. 하지만 호황기에도 나는 불티나게 팔렸다. 결국 나의 인기는 경기의 부침浮沈과는 무관한 면이 없지 않다는 말이다. 
내가 판단컨대, 내 인기 비결은 소주제조사의 미인美人마케팅이 적중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와 호흡을 맞춘 연예인 중 톱스타가 아닌 이가 없다. 나와 첫 호흡맞춘 미인은 바로 이영애다. 그녀는 1999년 진로 참이슬 모델로 전격발탁 된다. 그리곤 매출대박 신화를 썼다. 그 후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남상미 등이 바통을 이어 받았고, 그 사이 남자 모델들이 있었지만 별 효과 없음에 곧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등이 '소주 미녀 군단'에 합류한다. 

@ 만화 '달려라 하니'의 주제곡을 개사해 만든 참소주 영화판 광고. 이 광고로 참소주는 매출향상에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00년대 들어 소주의 빅히트 광고는 이수경이 모델로 출연한 대구 참소주 광고다. '달려라 하니'를 개사에 "난 있잖아. 세상에서 소주가 제일 좋아~"로 시작, 영화 관람객의 배꼽을 쥐어잡았다. 한동안 대구에는 영화를 본 뒤 대구 오페라하우스 맞은편 막장집으로 소주와 함께 죽어라 달리러 간 청춘이 천지라는 우스개가 돌았다.

담비주는 어떤가. 소주 허리춤에 두른 띠에는 손담비 얼굴이 병마다 다르게 들어있어, 짓궂은 마초들은 담비 얼굴만 쏙 떼네, 물을 묻힌 뒤 소주잔 아래 붙이고 알딸딸한 '담비주'를 친구에게 권했다.

어느틈엔가 소주잔 밑엔 각양각색의 담비 얼굴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런 장난은 뭇사내들에게 부끄러움보다 뿌뜻함을 선사했다. "나도 담비를 먹었다"는 뭐, 그런 에로티시즘 미학이 소주에서도 동한 거다.


# 대한민국 대표주당은 뉘~규
내 이야기를 하면서 대한민국 대표주당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술을 마실 줄 아는 스타들은 대부분 배부른 맥주보다 소주를 택한단다. 폭탄주는 당연 옵션.

뉴스엔 보도에 따르면 가수 비는 한 프로그램에서 폭탄주를 최고 40잔까지 마신 적이 있다. 비는 술을 마시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박진영 때문에 습관이 된 것이라고 한다.

전진은 연예계 대표 주당으로 손꼽힌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의 주량은 소주 15병. MC몽은 전진의 주량에 대해 "병을 팔아 아파트 관리비를 낸다"고 밝혔다.

이에 버금가는 주당은 성시경이다. 성시경의 주량은 싸이에 의해 폭로됐다. 주량은 소주 11병이다.   
 

여자스타 역시 소주를 즐겨 찾는다. 
한영은 폭탄주 20잔, 황지현은 10잔이 최고 적정선이다. 심은진은 최고 주량 기록이 소주 9병이고 신지는 7병, 전혜빈은 6병이다. 소주 광고를 섭렵한 이효리는 평소 3~4병 정도를 마신다. 또 박지윤 아나운서는 소주 4병에는 끄떡없다고 전해 주당임을 입증시켰다.

상큼발랄한 아이돌도 술은 마다하지 않는단다.
아이돌 최고 주량은 단연 빅뱅의 탑(최승현)이다. 
영화 '포화속으로' 촬영 당시 김승우는 "승현이의 주량이 너무 세 형들이 고생했다"고 고백했다. 
 
그 뒤를 잇는 아이돌은 샤이니 멤버 온유다. 온유는 최고 소주 5병까지 마셔봤다고.
이에 윤종신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주당 아이돌이 나온다는데 전진 다음이 온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예 필름조차 끊키지 않는 스타들도 있다.
박한별은 "소주를 제일 좋아하는데 한 번도 필름이 끊겨본 적이 없다"며 "취하긴 취하는데 무한대다"고 자신의 주량을 설명했다.

최정원은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촬영할 당시 개그맨 강유미와 소주를 마시게 됐는데 평소 주량이 세다고 자신한 강유미가 소주 세 병을 마신 후 나보다 먼저 뻗었다" 며 "내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대학시절 남자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셔도 절대 먼저 취한 적은 없었다"고 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루시드폴은 방송에서 소주 1잔 반 주량이라고 밝혔지만 절친 유희열은 콧방귀를 끼며 "성시경이 주당이라고 소문났는데 이 사람과 함께 술마시면 도망간다"며 "집에서 소주를 링거로 맞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폭로해 루시드폴을 당황케 했다.
(뉴스엔 기사 인용 및 전제 
http://sports.donga.com/3/all/20110601/37697742/1)

# "그렇다고 막사랑은 사양해요~"
지난 21일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전국 성인남녀 1천800명을 대상으로 한 음주 유형 조사에서 '스트레스 해소형'이 5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건강중시형' 27%, '애주가형' 13%, '개성중시형' 7% 순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주종으로는 고민 상담은 '소주', 스트레스 해소 및 스포츠 관람에는 '맥주', 접대는 '위스키', 다정한 분위기 조성은 '와인', '탁주'는 식사 반주로 마신다고 응답했다.

어쩔 수 없나 보다. 나를 사랑하는 국민들 마음을 마냥 헤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자고 마시는 이를 말리지 않을 수도 없고. 
하나만 말하자.
기분 나쁠 때는 나를 찾지 말고, 맑은 바람 쐬러 산을 찾던가, 그도 아니면 기분 전환 차원에서 문화생활을 해라. 술 마시는 것도 문화생활이라면야 또 뾰족수 없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