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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스토리 지식박스

[지식박스T3-사회] 마인드맵

#.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넷 취임식이 있기 이틀 전. 필자는 한나라당 오랜 당원과 차 한잔 할 기회가 있었다. 정치 이야기를 할 마음은 없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물꼬는 자연스레 터졌다. 마침 서울시장 취임식을 앞두고 있었기에 화제가 그리 흘렀다. 당원 A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큰 실수를 하는 거라고. 
박원순의 취임식 방식을 두고서다. 그러면서 오세훈이나 역대 시장이 그런 걸 못해 안 했겠냐, 다 이유가 있다고 박원순 취임식이 정치공학상 실패할 거라고 예견했다.

#. 한 마디 더 보탰다. 싱겁게 끝난 10.26 재보선 때 한 장면이었다. 그에 따르면 박원순과 나경원 후보 사무실이 마주보고 있었다. 박 후보 사무실은 1층, 나 후보 사무실은 9층에 자리했다. 나경원은 당원이 보기에도 '똘아이'였다. 세상에 9층에 선거사무실을 두는 바보가 어딨냐는 거다. 이유를 막론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고, 패배는 기정사실화된 거 였단다.

@ 중앙일보는 선거기간 동안은 나경원을 열심히 서포터했다. 나경원이 선거에서 패하자, 1면에 이런 기사를 냈다. 아마 기자가 1층과 9층의 공간적 한계를 인지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냥 나경원을 시쳇말로 '까기'만 했다.

#. 필자 역시 '원순씨식 취임식'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애들 장난하는 것 같았다. 권위와 격식을 버린다는 건, 기존 질서를 파괴한단 거다. 파괴는 반드시 누군가를 당황케한다. 해서 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기성세대가 몹시 당황스러워했었음은 지레 짐작하고 남음이다. 결국 우리의 '위대한' 원순씨도 한쪽만 보고 가겠다는 거 아닌가.

#. 그런데! 필자는 원순씨의 취임식을 우연찮게 보고 무릎을 탁쳤다. 저건 일단 대박난다고 알아차렸다. 일단 보았다면, 입소문을 타고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박원순 주연의 54분짜리 동영상엔 재미, 파격, 코믹, 감동, 공감, 소통이란 키워드가 유유히 흘러다녔다.

#. 박원순이 보여준 54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6일 실시간으로 전파를 탄 취임식엔 수십만명이 일거에 몰렸다. 흥행대박이다. 원순씨가 뿌듯해 할 만하다. 확실히 원순씨는 기획력이 탁월했다. 그 힘의 원천은 뭘까. 바로 마인드맵(Mind Map)이다.

@ 마인드맵의 전형이다. 필자가 한 기관으로부터 의뢰받아 웹진을 설계할 때 사용한 게 바로 마인드맵이다. 핵심 개념을 가운데 두고, 필요한 것들을 키워드로 확장해 가면, 의뢰자에게 설명하기도 쉽다.

#. 
마인드맵은 1971년 세계적인 교육심리학자 토니 부잔이 창시한 학습법이다. 사고를 구조화하는데 요긴하다. 선(線)을 따라 사고하는 평면적인 사고에서 탈피, 다양한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백지 한 장에 그려 넣는다. 그리곤 세부적인 개념으로 가지치기해 나간다. 이렇게 하면 사안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입체적 사고<사진 위 참조>가 가능해진다. 부잔 박사는 두뇌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게 마인드맵이라 생각했다.

#. 마인드맵은 요즘 문화계 한 축을 담당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구현해 내는데 가장 유효한 개념이기도 하다. 박원순은 자신의 취임식에 54분간 기가막힌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나라당 당원의 예상은 틀렸고, 필자의 무관심이란 부메랑은 뜻하지 않게 더 큰 감동으로 돌아왔다.

#. 우리가 박원순에게 배워야 할 마땅한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마인드맵을 통한 기막힌 이야기 구성이다. 2003년에 어느 지방지에 이런 기사 게재된 적이 있다. 

머릿속 생각들을 떠오르는 순서대로 그림으로 그려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마인드맵(Mind Map) 전시회가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열린다. 마인드맵 대구경북교육센터(www.mindmapschool.com)는 17~18일 양일간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코아시스 1층 특별실에서 마인드맵의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는 마인드맵 학습법 대구전시회를 갖는다.

이때만 해도 기자는 물론 일반인들은 마인드맵의 구현법에 서툴렀다. 순서대로 그림을 그린다고 건 우리네 전통 사고로는 평면적 사고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래선 창의력과 상상력이 생기지 않는다. 마인드맵을 제대로 이해하면, 당신도 원순씨 같은 크리에이터(Creator)가 될 수 있다.

@ 우리가 인지하지 못해 그렇지, 지하철 안내도는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마인드맵의 대표 사례다.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둥글게 상하좌우로 실재를 옮겨놓았다. 이 지도를 보고도 출구를 잘못 찾거나, 길을 못 찾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