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窓] 이실직고(엠플러스한국 4월호) 시사에세이 이실직고 /심지훈 한국콘텐츠연구원 총괄에디터 옛말에 ‘이실직고(以實直告)’라는 게 있다. 주로 수령이 죄인을 상대로 “네 이놈! 이실직고하렷다!”처럼 심문을 할 때 쓰인다. 문자 그대로 풀면 ‘사실 그대로 고함’이란 뜻이다. 사실은 엄정히 다뤄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요즘은 사극에서도 잘 쓰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행하면 더없이 좋을 말이다. 최근 이실직고를 하지 않아 스승을, 동료를 황천길로 보낸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지역에서 일어났음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부산 동아대 미술학과에서 일어난 일로 참으로 괴이쩍다. 한편의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 전도유망한 화가였던 A교수는 작년 따스한 봄날 날벼락을 맞았다.. 더보기
[시] 프리지어의 죽음(심보통 1979~) @2017.3.23 #프리지어의 죽음(심보통 1979~) 그대는 프리지어처럼 누군가에게첫눈에 홀연 마음을 빼앗긴 적 있는가. 그대는 프리지어처럼 누군가에게그윽한 향기로 오랫동안 남은 적 있는가. 그대는 프리지어처럼 누군가에게죽음은 이리도 거염지단 걸 알려준 적 있는가. 한 다발 프리지어는 새봄 첫사랑처럼 다가와일주일을 흥얼거린 뒤 입을 꼭 다물어 버린다. 한생을 다한 어느 초로의 꼭 다문 주검처럼 프리지어는 고개를 떨군 채 역한 내를 풍긴다. 거지주머니마냥 쪼글쪼글한 그 모습 앞에 서면된바람이 할퀴어 오듯 어깻죽지가 서늘해 온다. /심보통 2017.3.27 *거염지다: 도도한 티가 나다. 엄청나고 굉장하다.**된바람: 북망산청서 불어오는 바람. 북풍.***거지주머니: 열매가 여물지 못한 채로 달린 껍데기. 더보기
[심지훈 문화칼럼] 계족산 봄맛 @2017.3.10 *계족산의 봄맛어제 점심 땐 부러 계족산으로 향했다.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봄맛도 보고 봄소리도 듣고 싶었다.계족산은 황톳길로 유명하다. 대전지역 소주회사가 나서 계족산을 황토로 입혔다. 명소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주말이면 산사음악회도 열린다. 황톳길을 걷고 나면, 그 다음은 옛 백제의 산성 터가 열 배의 기쁨을 선사한다. 좁장한 산길을 15분 오르면 산성 터에 다다른다. 대전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간다. 숨구멍이 탁 트인다. 현대인들에게 카타르시스만큼 고마운 선물이 있을까.헌데 나는 얼마 전부터 계족산 초입에 머무르고 만다. 대전역 방향에서 탄약부대를 굽이돌아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계족산 황톳길 방향인데, 나는 직진해 '감나무 보리밥집' 앞.. 더보기